[교통]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음주측정 결과로 면허 취소 위법"
[교통]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음주측정 결과로 면허 취소 위법"
  • 기사출고 2018.12.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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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낮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그 후 조금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잰 음주측정 결과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로 단정해 면허를 취소하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11월 8일 식료품 등 소매품 판매업자인 A(여)씨가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51814)에서 이같이 판시, "A씨에 대한 1 · 2종보통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재래시장 등에서 고정된 점포 없이 식료품 등 소매품을 판매하는 A씨는 2017년 9월 28일 오후 10시쯤 하루 영업을 마치고 시장 상인들과 함께 오후 10시 30분쯤까지 저녁식사로 소주를 곁들여 순대국밥을 먹었다. 그 후 귀가하기 위하여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그랜드스타렉스 승합차에 앉아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 중 차를 잠시 옮겨 달라는 요구를 받고 오후 11시 10분쯤 이 자동차를 20미터 정도 운전하다가 부근의 다른 차량 좌측 앞바퀴 부분에 접촉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A씨는 2시간쯤 지난 다음날 오전 0시 6분 서울종암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 사무실에서 음주측정을 했는데,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30%로 나와 1종보통자동차운전면허와 2종보통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그 후 시간당 약 0.008% 내지 0.03%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운전을 종료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된 경우에 운전을 종료한 때가 이와 같은 상승기에 속하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최초음주시각인 오후 10시부터 70분 경과한 시점이자 최종음주시각인 오후 10시 30분부터 40분 경과한 시점인 오후 11시 10분 운전을 하였고, 운전시점으로부터 다시 56분 경과한 다음날 오전 0시 6분 음주측정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고, 원고는 최초음주시각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오후 11시 30분(최초음주시각으로부터 90분 경과한 시점)까지, 최종음주시각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음주측정시에 가까운 다음날 오전 0시(최종음주시각으로부터 90분 경과한 시점)까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결국 원고는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인 오후 11시 10분쯤 운전하였다가 상승기가 지난 뒤 다소 완만하게 혈중알코올농도가 하강하는 시점이라 볼 수 있는 오전 0시 6분 음주측정에 응하였으므로, 원고의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이 음주측정 결과인 0.130%보다 낮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30%이라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했으나, 이는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보다는 음주 운전한 사실 자체에 주안점을 두고 범행을 인정한 원고의 자백을 주된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인정 경위에 비추어 이 법원이 그 사실인정에 반드시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보지도 아니하고, 운전 이후 56분 경과한 뒤에 이루어진 음주측정치를 원고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로 바로 단정하여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나아갔는바, 이는 재량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량권 일탈 · 남용과 관련해서도, "원고가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 가장으로서 고정된 점포 없이 장소를 옮겨 다니는 방법으로 소매품 판매업을 영위하면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등 생계를 꾸려오고 있는 사실, 원고는 그 이전에 음주운전을 한 경력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인정사실에 의하면 자동차 운전을 통하여 상품을 운송 · 운반하는 것이 원고의 영업과 나아가 가족들의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므로(아울러 원고가 운전한 차량은 그랜드스타렉스 승합차로서 상품 운반용으로 쓰이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로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91조 1항은 재량준칙이 정한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달리 피고는 원고가 혈중알코올농도 0.12%를 초과하여 운전하였다고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원고에게 감경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한 채 그대로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나아갔는바, 이는 행정안전부령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91조 1항이 정한 재량준칙을 위반하여 평등 원칙에 위배된 결과를 낳는다"고 판시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91조 1항은 음주운전 금지 위반자에 대한 제재처분의 재량행사 기준으로서 위반행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던 경우 원칙적으로 면허취소를 하도록 하면서도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 등에는 제재처분을 감경하되, 혈중알코올농도가 0.12%를 초과하여 운전한 경우 등에는 다시 감경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