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동료 학생 놀리면 학교폭력"
[행정]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동료 학생 놀리면 학교폭력"
  • 기사출고 2018.11.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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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진지한 수업태도 마음에 안 든다고 놀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개인의 특징 뒤에 벌레를 의미하는 '충'을 붙인 '○○충(蟲)'이라는 표현으로 동료 학생을 지속적으로 놀렸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양은 대구에 있는 공립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 1학기 국어, 도덕, 역사 등의 수업시간과 자율교육시간에 같은 반 학생이던 B양이 과제 등을 발표하고 있으면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B양을 가리켜 '설명충', '진지충'이라고 말하여 B양을 놀렸다. 또 이들 친구 2명과 함께 1학기 음악, 국어 수업시간과 2학기 가정 수업시간에 B양을 가리켜 "자기가 잘난 줄 안다", "난 진짜 B양을 못 봐주겠다"고 말하며 서로 호응하고, SNS 단체 대화방에서 B양을 가리켜 "공부를 못한다", "아 진짜 설명충. 누구같애"라고 말하여 B양을 놀렸다.

B양은 2017년 12월 학교 측에 'A양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를 열어 A양이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A양에게 'B양에 대한 서면사과'와 '학교에서의 봉사 5일(10시간)', '특별 교육 이수 2일(보호자 특별 교육 이수 4시간)' 등의 조치를 심의 · 의결했다. A양이 이에 불복해 대구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학교를 상대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그러나 11월 9일 A양의 행동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A양의 청구를 기각했다(2018구합21875).

재판부는 "원고는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집단을 이루어 한 학기 이상의 장기간 동안 피해학생을 '설명충', '진지충'이라고 놀리며 반복적으로 피해학생을 모욕하고, 정보통신망인 SNS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여 언어폭력을 행사하였다"고 지적하고, "특히 원고는 피해학생이 자신에게 특별하게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단순히 피해학생이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학생에게 이와 같이 학교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행위의 위법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많은 학생들과 함께 이와 같은 언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학교폭력이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된 점, 특히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언어폭력은 전파성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 만연한 '○○충'이라는 표현은 사람을 벌레에 비유하여 비하 · 비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현임이 명백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입은 정신상의 피해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가 행사한 학교폭력은 심각성 · 지속성 · 고의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학생은 원고가 '나 때문에 자치위원회를 열면 미안'이라고 말한 점에 비추어 딱히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진술한 점, 원고의 보호자는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친구들 사이의 사소한 문제를 학교폭력으로 문제삼았다고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신고 동기를 의심하고 오히려 학교폭력 신고로 맞대응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피해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였거나 원고 측과 피해학생 측이 원만하게 화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유리한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