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특활비 부풀려 3600만원 돌려받아 쓴 어린이집 원장, 횡령 유죄"
[형사] "특활비 부풀려 3600만원 돌려받아 쓴 어린이집 원장, 횡령 유죄"
  • 기사출고 2018.11.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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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다지급 후 아내 계좌로 돌려받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장이 원아들의 특별활동비를 과다하게 부풀려 특별활동 운영업체들과 계약을 맺은 뒤 일부를 돌려받아 사용했다가 업무상 횡령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올 7월 남편이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어린이집 보육료로 급여를 준 어린이집 운영자이자 원장에게는 업무상 횡령 무죄를 선고했다. 어린이집 영유아의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보육료와 특별활동비는 어린이집의 소유가 되므로, 자신이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원장으로 있는 경우에는 보육료나 특별활동비를 임의로 사용해도 업무상 횡령죄가 되지 않으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원장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0월 25일 업무상 횡령과 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제주에 있는 어린이집 원장 문 모(47)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934)에서 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업무상 횡령도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문씨는 2010년 3월 과학, 문화 관련 특별활동을 담당할 업체로 이 모씨의 업체를 선정하여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에 따라 지급할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나중에 돌려받기로 한 다음 어린이집 원아들로부터 특별활동비를 징수하여 보관하던 중, 2010년 3월 31일 이씨에게 특별활동비 540만원을 지급한 후 그 중 107만원을 자신의 아내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문씨는 그 무렵부터 2013년 4월까지 이와 같은 방법으로 128회에 걸쳐 3623만 5800원을 특별활동 운영업체들에 지급했다가 아내의 계좌로 돌려받아 개인적 용도에 임의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됐다.

문씨는 또 2012년 1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아내와 동생의 부인을 어린이집 취사부로 허위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조금 623만원을 타낸 혐의(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문씨가 특별활동 운영업체로부터 돌려받은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가 횡령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타인을 위하여 금전 등을 보관 · 관리하는 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적정한 금액보다 과다하게 부풀린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제3자와 사전에 약정하고 그에 따라 과다 지급된 대금 중의 일부를 제3자로부터 되돌려 받은 행위는 그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과다하게 부풀려 지급된 대금 상당액을 횡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은 사회복지법인이 설치 ·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원장으로서 피해자를 위하여 금전 등을 보관 ·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데, 이러한 피고인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특별활동비를 과다하게 부풀려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과다 지급된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특별활동 운영업체로부터 돌려받았으므로, 피고인이 과다하게 부풀린 특별활동비 상당액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특별활동 운영업체로부터 돌려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초 피해자와 특별활동 운영업체가 협의하여 특별활동비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특별활동 운영업체가 일반적으로 어린이집들로부터 받고 있는 가격을 제시하여 그 금액이 결정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특별활동비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는 돈인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특별활동 운영업체와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돌려받기로 하고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특별활동비의 일부 반환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 결정된 특별활동비는 적정한 금액보다 과다하게 부풀려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어린이집 설치 · 운영자인 사회복지법인이 어린이집 영유아의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은 특별활동비는 피해자의 소유가 되고 피해자가 이 돈에 대하여 처분권한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특별활동비를 과다하게 부풀려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한 후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피고인에게 피해자 소유의 특별활동비를 횡령한다는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특별활동비를 과다하게 부풀려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하였는지와 피고인이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돌려받을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한 후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업무상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