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밭떼기로 산 배추에서 추대 발생했어도 재배농민 책임 없어"
[민사] "밭떼기로 산 배추에서 추대 발생했어도 재배농민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18.10.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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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작황 위험부담은 매수인 부담"

밭떼기로 판 배추에서 추대(꽃)가 발생했어도 배추 재배자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작황에 대한 위험부담은 매수인인 상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구성진 판사는 8월 14일 농산물 유통상인 A씨가 밭떼기로 산 배추에서 추대가 발생했다며 농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6749)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7년 2월 11일 B씨와 사이에 춘광배추 2000평, 청야배추 5000평 등 봄배추 7000평을 평당 6700원 합계 4690만원에 포전매매(밭떼기 매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또 B씨가 배추육묘를 주문한 육묘상인과 농약판매자에게 배추육묘 대금 450만원과 농약대금 86만 6000원을 지급하고, 이후 춘광배추 2000평을 모두 수확했으나, 청야배추 5000평은 배추에 추대가 발생함에 따라 상품가치가 없어 수확하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잔금 690만원을 주지 않고, "B씨가 육묘를 주문하였고 B씨의 관리 잘못으로 추대가 발생했다"며 5000평에 대한 매매대금과 육묘대금, 농약대금에 해당하는 3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청야배추에 추대가 발생하자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컨설팅을 실시하였으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군농업기술센터에서 봄배추의 추대발생 원인으로 제시한 것은, 모종을 키우는 기간 온도가 섭씨 13도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정식시기가 빠를 경우, 배추 종자가 묵은 종자이거나 활력이 떨어질 경우 등이다. 일반적으로 배추는 씨앗이 물을 흡수하면서부터 저온에 감응한 후 꽃봉오리를 형성하는 종자춘화형 식물로, 품종에 따라 요구되는 저온의 정도와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보통 섭씨 13도 이하에서 7~10일 정도 경과하면 꽃눈이 형성되고 고온 · 장일(日)의 조건에서 추대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 판사는 "군농업기술센터는 청야 배추의 추대 발생원인을 3가지 제시하였으나 그 중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밝히지 못하였고, 배추 추대 발생원인에 관하여 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밝힌 3가지 외에 다른 원인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청야배추 5000평에 발생한 배추의 추대 발생원인을 육묘의 하자라고 볼 수 없고, 배추 추대의 발생원인이 육묘의 하자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가 육묘를 주문하였고 원고가 단순히 대금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육묘의 하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배추 관리 또는 재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게 구 판사의 판단.

구 판사는 이어 위험부담과 관련, "(원고와 피고가 맺은) 계약에서는 피고는 매매대금의 잔금수령과 동시에 원고에게 목적물을 포전상태로 인도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밭떼기 매매에서 매수인은 자신의 책임 하에 수확시기, 농작물의 수확과 운송 등을 매도인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매도인은 외지에 거주하는 매수인을 위하여 매수인의 부탁 또는 필요에 따라 농약을 살포하고 도난을 감시하며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배추를 포전상태로 인도하면 되는 점, 피고의 배추 인도의무 이행기가 원고의 잔금지급 시기에 맞추어져 원고의 의사에 따라 배추에 대한 위험부담자가 좌우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점(밭떼기 매매의 특성상 작물의 작황에 대한 위험부담은 매수인이 부담한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배추 인도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구 판사에 따르면, 배추의 추대는 원고가 잔금지급 시기인 2017. 5. 5.을 지나 잔금의 일부를 지급한 2017. 5. 12.부터 농업기술센터에서 컨설팅을 실시한 2017. 5. 17.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계약의 잔금 16,900,000원의 지급 시기는 2017. 5. 5.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잔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구 판사는 "원고는 피고로부터 배추를 인도받을 수 있음에도 잔금지급일을 지키지 않다가 그 이후 추대가 발견되자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바, 이 경우 피고는 (원, 피고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거나 민법 401조에 따라 원고가 그 손실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에게 육묘의 하자에 대한 책임 또는 배추 재배에 대한 책임이 있거나 피고가 위험부담을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원, 피고가 맺은 계약 8조는 '담보책임'이란 제목 아래 "계약체결 후 계약의 양당사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하여 목적물의 품질, 수량, 계약면적 등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계약해제, 대금감액, 손해배상 등의 담보책임을 지지 않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민법 401조는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