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배우자 주소지로 처분서 송달한 이행강제금 부과 위법"
[행정] "배우자 주소지로 처분서 송달한 이행강제금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18.09.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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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처분서 수령, 일상가사 아니야"

불법 건축물의 원상복구를 위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서를 처분 상대방의 주소지가 아닌 배우자의 주소지로 송달했다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8월 24일 A씨가 경산시장을 상대로 낸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누2217)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에 대하여 한 이행강제금 401만 4000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산시는 2016년 9월 20일 현장조사를 통하여 경산시에 있는 A씨의 건물이 불법으로 증축된 사실을 확인, 다음날인 9월 21일 건물의 소유 명의자인 A씨에게 건축물의 원상복구를 명하는 시정명령을 했다. 이어 두 달 뒤인 11월 24일 A씨에게 시정촉구를 하였으나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7년 1월 4일 이행강제금 부과예고를 한 후 한 달 뒤인 2월 8일 이행강제금 401만 4000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경산시는 A씨에게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하면서 그 처분서를 A씨의 주소지가 아니라 불법증축건물 단속현장이자 A씨의 부인의 주소지이자 영업소인 이 건물로 우편송달했다. 이에 A씨가 "송달이 부적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 건물은 2010년 10월 A씨 명의로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나,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후 2주 뒤인 2017년 2월 22일 A씨의 부인 명의로 '2016. 12. 28.자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A씨의 부인은 2014년 2월부터 이 건물에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언니와 함께 수경재배 새싹인삼 식물농장을 운영하면서 관련 제품의 통신판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서도 A씨의 부인이나 그의 언니가 수령했다. 한편 A씨는 1973년 10월부터 아들과 함께 이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고, 2015년 12월경부터 최근까지는 뇌내출혈 등으로 시내에 있는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처분 상대방인 원고의 주소지가 아닌 원고의 부인의 주소지로 부적법하게 송달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은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것이고, 비록 원고가 부인을 통하여 처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로써 송달의 하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은 원고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산시는 "부인이 원고로부터 처분서를 수령한 권한을 위임받았거나 일상가사대리권에 의하여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인의 영업소는 원고 부부의 영업소이므로 처분서의 송달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건물의 단속현장에서 원고 부인의 말만 듣고 원고의 주소지가 아닌 부인의 주소지로 처분서를 송달하고 말았을 뿐, 원고에게 위임 의사를 직접 확인하여 보거나 원고의 주소지에 대한 송달을 시도하여 보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아니한 사정을 알 수 있고, 더구나 행정처분의 상대방이라는 지위에서 해야 할 일을 부부 사이의 일상가사라고 할 수도 없다"며 "부인이 원고로부터  처분서를 수령한 권한을 위임받았거나 일상가사대리권에 의하여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인의 주소지는 부인이 사업자등록을 한 후 언니와 함께 영업하는 장소에 불과할 뿐, 입원환자인 원고의 주소지나 거소와는 무관한 곳이므로, 이와 달리 이 주소지가 원고의 영업소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인이 건축법 79조 1항이나 80조 1항에서 정한 '위반 건축물의 관리자 또는 점유자'로서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의 대상자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나아가 위반 건축물의 관리자 또는 점유자가 위 조항들에 의하여 건축주에 대한 처분을 건축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거나, 건축주가 그 알릴 의무에 따라 처분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임으로써 건축주에 대한 송달이 적법하게 되거나 처분이 도달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