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등용문' 변호사들에 개방
'검사 등용문' 변호사들에 개방
  • 기사출고 2006.06.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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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순혈주의' 타파…국민 추천 변호사도 발탁 금융 · 증권등 경험자 우대…일부선 부작용 걱정
(서울=연합뉴스) 올해 하반기부터 전문성과 인권의식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변호사들에게 검사 직위가 대폭 개방된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연수원 수료생 위주로 뽑았던 검사 선발방식에 일대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법무부 문성우 검찰국장은 12일 "인권의식과 전문성 등을 갖춘 변호사 경력자중에서 신규 검사를 선발하기로 하고 지원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국장은 또 "검사 선발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검사 임용 추천제도'를 도입해 개인 또는 단체가 추천하는 변호사도 적극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장기적으로 변호사 출신 검사 비율을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늘려 나갈 방침이다.

대법원이 '법조일원화'를 추진하면서 검사 ㆍ 변호사를 판사로 적극 임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선발하나=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마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또 개인 또는 단체의 추천을 받는 변호사들은 법무부로부터 추천 사실을 통보받고 본인 의사에 따라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모든 지원자는 소속 기관 또는 업무 관련자의 추천서를 내야하고 자기소개서에 법조 실무 경력을 상세히 적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2년 이상~5년 이하의 법조경력자 가운데 30대 중반 이하의 변호사들을 사법연수원 성적을 토대로 임용해 왔으나, 이제 이런 요건을 없애고 경력과 전문성, 법률소양을 갖춘 40세 미만의 변호사는 누구나 검사가 될 수 있다.

지원자들은 2차례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1차 면접에서는 실무 지식과 법률 소양을 평가하며 2차 면접에선 법무차관과 검찰국장 등으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인권의식과 청렴도, 품행 ㆍ 성실성, 창의력 ㆍ 의지력을 평가한다.

특히 1차 면접에선 실제 또는 모의 사건기록을 30분간 열람한 뒤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구술 시험을 치러야하며, 법률 소양 평가에선 검찰의 역할이나 검사로서 소명의식 등을 평가받는다.

3년 이상 금융 ㆍ 증권, 조세 ㆍ 기업회계, 공정거래, 무역 ㆍ 외사, 컴퓨터 ㆍ IT, 여성 ㆍ 소년, 환경 ㆍ 의료, 마약 ㆍ 유전자 등 실무경험이 있는 변호사 가운데 국내외 박사학위나 자격증, 소송 30건 이상의 경험이 있는 지원자는 우대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당장 올 해 몇 명의 변호사를 뽑을지 확정하지 않았으나, "지원자 중 적격 인원을 고려해 우수한 인재를 최대한 영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관 뒤엔 '서로 경쟁'=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법복을 입은 검사들은 변호사출신 검사들과 내부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단 새로 검사가 된 변호사들은 1년 반에서 2년 간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기본업무를 수행한 뒤 근무성적이 우수하면 특수부 등 핵심 수사 부서로 옮길 수 있다.

변호사 자격 취득 이후의 법조 경력은 동일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급여나 복지등 처우는 기존 검사들과 똑같이 보장받는다.

특정 전문 분야의 소송을 여러 차례 맡으며 전문성을 쌓은 변호사들은 같은 분야 사건 수사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존 검사들은 전문 변호사 출신 검사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된다.

문성우 검찰국장은 "(연수원 출신) 검사들이 공부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내 '순혈주의'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야 변호사들을 검찰로 수혈함으로써 경직된 조직 문화에 개방성과 유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부작용 없을까=검찰 내부에선 검사 문호 개방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부장검사는 "일부 변호사들은 모든 것을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이들은 검사의 위치에서 객관적으로 사건을 대하고 '실체적 진실'을 찾아나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의 업무와 검사임용 뒤 업무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김주현 검찰과장은 "검사로 임용하기 전 변호사로서 활동 내역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고, 검찰 내부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투명도가 높아져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제한을 없애면 검사로서 자질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기본적 법률소양이나 전문성 등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어서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이밖에 연수원 출신 검사들과 변호사 출신 검사들 사이에 인사를 둘러싼 갈등요인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현 [eyebrow76@yna.co.kr] 2006/06/12 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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