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중고 컴퓨터에 깔린 서체 프로그램 그대로 사용했다가 '낭패'
[지재] 중고 컴퓨터에 깔린 서체 프로그램 그대로 사용했다가 '낭패'
  • 기사출고 2018.07.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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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저작권 침해 인정…50만원 배상 판결

디자이너가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 컴퓨터에 깔려있던 서체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했다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어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재판장 황기선 부장판사)는 6월 1일 서체 개발 · 판매업체인 H사가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디자이너 윤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61562)에서 "윤씨는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윤씨는 2014년 11월경 한 음식점의 이미지 컨설팅과 디자인 업무를 의뢰받아 벽화와 시트지, 메뉴판, 간판 등에 대한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중고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서체 프로그램은 H사가 2013년 11월 개발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마친 것이었다.

재판부는 "윤씨는 디자인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서체 프로그램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만연히 중고 컴퓨터에 저장된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 해당한고 보고, 윤씨가 얻은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해 손해액을 50만원으로 정했다.

H사는 이에 앞서 윤씨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16년 11월 "윤씨가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다수의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정을 고려하면 모든 서체 프로그램에 대해 사용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H사가 (윤씨가 사용한) 서체 프로그램을 무상 유포하면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사례에 대해 적극 홍보했다고 보이지도 않아 윤씨에게 저작권 침해의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결정(증거불충분)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