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내 책임'…정의선 사장은 무사
MK '내 책임'…정의선 사장은 무사
  • 기사출고 2006.06.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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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혜자 처벌 못해 비자금 용처 수사 '막막'정 회장 추가 기소, 김동진 부회장 등 3명 처벌
(서울=연합뉴스) 두 달 넘게 진행된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 회장을 추가 기소하고 김동진 부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 3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봉합 됐다.

계열사 비자금 보관 창고 역할을 했던 글로비스의 최대 주주(31.9%)로 '몰아주기'에 따른 주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버지인 정 회장이 모든 걸 자신이 지시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정몽구 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활용했던 '정의선 사장 처벌'이라는 마지막 압박카드를 버린 이상 계열사 부채탕감 ㆍ 사옥증축 로비 의혹 등 핵심 의혹 규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검찰은 '경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부채 탕감 로비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엄벌할 방침이라고 밝혀왔으나, 거악(巨惡)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임원 일괄기소를 미루면서까지 용처 수사에 주력했지만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 전 산은 관계자 3명 외에 추가 처벌된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론'에 휘어진 '경제 정의론'=정의선 사장은 검찰에 뜨거운 감자였다.

검찰은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총지휘했다면 정 사장은 조성한 비자금의 최대 수혜자였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구속 수사까지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정 회장을 구속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정 사장이 받고 있는 혐의만으로 구속 수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데다 비자금 조성의 총책임자인 정 회장을 구속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 됐고 무엇보다 정 회장의 입을 열 압박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정 사장은 현대모비스㈜, 본텍 등 계열사에 총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가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9일 정 사장을 형사입건 후 기소유예 처분한 것과 관련, "부자를 함께 법정에 세우는 건 가혹하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 현실 속에서 기아차 경영을 맡고 있는 정 사장마저 기소하면 기아차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수사 착수 후 재계 등에서 경제위기론을 주장하며 정 회장 선처를 요구할 때도 엄벌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경제정의론으로 반박했던 검찰이 스스로 경제위기론을 내세운 셈이다.

정 회장이 처음에는 정 사장이 관련됐던 배임 혐의 부분을 부인하다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아들의 범죄 혐의까지 뒤집어 쓴 것도 기소유예의 배경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시인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 정 사장 수사는 완전 종결됐다. 다른 혐의는 없다"며, "정 회장 책임이 없다면 정 사장을 기소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8일 밤까지도 정 사장 처벌 수위와 관련, 입건유예, 기소유예, 기소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9일 오전 정상명 검찰총장의 결정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용처 수사 난항 불가피=검찰은 정 사장 기소유예 방침을 밝힌 뒤 "현대차 본체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했다. 앞으로는 비자금 사용처 수사와 김동훈, 김재록씨 비리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1천여억원대의 비자금 집행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등 극소수여서 전적으로 로비 수사는 정 회장의 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비자금 용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반쪽 수사', '기업 길들이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 김재록 ㈜인베스투스 글로벌 전 회장과 김동훈씨를 추궁하고 있지만 뚜렷한 추가 범죄 혐의는 찾아내지 못했다.

양재동 사옥 증축 의혹 관련 수사는 서울시 전 주택국장 박석안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벌어진 뒤 사실상 중단됐다.

정대근 농협회장에게 3억원을 건넬 때도 정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김동진 부회장이 직접 나선 로비 스타일로 볼 때 검은 뭉칫돈의 행방은 정 회장 등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용처 수사를 둘러싼 수사 여건도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 회장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데다, 보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용처 수사를 이유로 정 회장 보석을 막으려고 아들인 정 사장을 기소유예로 선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광철 기자[minor@yna.co.kr] 2006/06/09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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