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병원 4곳 들어선 부지 내 다른 건물에 약국 개설 가능"
[행정] "병원 4곳 들어선 부지 내 다른 건물에 약국 개설 가능"
  • 기사출고 2018.05.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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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약분업 취지 훼손 사정 없어"

병원 4곳이 들어선 건물과 동일한 부지에 있는 단층 건물에 약국을 개설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5월 11일 약사 위 모(56)씨가 "약국 개설을 허가하라"며 창녕군수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두1178)에서 이같이 판시, 위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2011년 12월부터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하던 위씨는 2012년 12월 병원 4곳이 들어선 연면적 약 1000㎡의 4층 건물과 같은 울타리 내에 있는 면적 42㎡의 단층 소매점 건물로 약국을 이전하기 위해 창녕군에 약국등록사항 변경을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된 거절사유. 위씨가 약국을 열려고 한 건물은 의사인 배 모씨가 2011년 10월 자신의 병원 건물(2층)을 증축하여 4층 건물을 지으면서 함께 지은 건물이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 단층 건물은 4층 건물과 동일한 부지 위에 있고, 4층 건물의 부속 건물로 볼 여지가 있으며, 4층 건물의 출입구에서 곧바로 단층 건물로 출입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4층 건물을 드나드는 제3자로서는 4층 건물과 단층 건물이 공간적 · 기능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고, 단층 건물과 4층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단층 건물이 4층 건물과 공간적 · 기능적인 관계에서 독립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먼저 "의약분업의 근본취지는 약국을 의료기관으로부터 공간적 · 기능적으로 독립시킴으로써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되거나 약국과 의료기관이 서로 담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약국을 의료기관이 들어선 건물 자체로부터 독립시키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약사법 20조 5항에서 말하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2호)'나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 변경 또는 개수한 곳(3호)'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개별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해당 약국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나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 변경 또는 개수한 곳에 위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4층 건물은 여러 의료기관이 들어서 있는 1동의 건물일 뿐 그 자체가 단일한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피고의 처분사유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만으로는 원고가 개설하려는 약국이 4층 건물에 있는 여러 의료기관 중 어느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 변경 또는 개수한 곳'에 위치한다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고, 나아가 4층 건물에 들어선 여러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의료기관이라거나, 원고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이 의료기관 모두로부터 공간적 ·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아서 의약분업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결국 원고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약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 변경 또는 개수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위씨의 약국 이전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