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기획부동산업자' 200억대 사기
'원조 기획부동산업자' 200억대 사기
  • 기사출고 2006.05.12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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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30억원 정 ㆍ 관계 유입 가능성 수사
(서울=연합뉴스) 헐값에 매입한 토지가 마치 개발 가능성이 큰 땅인 것처럼 속여 민간인들에게 매각하는 수법으로 약 200억원을 챙긴 '원조 기획부동산업자' 김현재(47)씨가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 김씨가 부동산매매로 벌어들인 회사수익 중 상당액을 빼돌려 정 ㆍ 관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9일 이른바 '기획부동산' 사기로 212억원을 챙기고 회사 공금 245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법인세 8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삼흥그룹 회장 김현재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 박모씨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회사 임원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5∼12월 충북 제천의 계산관광지 일대 땅이 사업용으로만 공동 개발할 수 있는 부지인데도 "개인용으로 펜션을 지어 고소득을 보게될 것"이라며 강모씨 등 90여명을 속여 고가에 팔아 100여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3년 8월부터 2005년 8월 사이 전북 무주, 경기 이천, 경기 용인 등 부동산개발 호재가 있지만 부지의 용도변경 등이 어려운 대규모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개발가능성을 미끼로 고가에 되팔아 100여명에게서 10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 4개 지역의 부동산매매 사기 피해자는 213명으로 파악됐지만 수사가 확대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고 일컬어지는 삼흥그룹의 창업자 김씨는 2001년부터 5년간 5개 계열사를 통해 전국 20여 곳의 땅을 매매해 5천318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각 계열사별로 텔레마케터 120∼150명씩 500여명을 고용해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허위 또는 과장 사실을 알려 땅투기로 끌어들였다고 검찰이 전했다.

검찰은 김씨가 횡령한 245억원 중 24억원을 자신이 사주인 호남매일신문에 지원하고 20억원을 골프장 부지매입에 사용한 사실 등 215억원의 용처를 규명하고 나머지 30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용처가 불분명한 30억원은 김씨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회사 임직원 등 명의로 양도성예금증서로 구입한 돈이다.

검찰은 호남 출신인 김씨가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였던 K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열린우리당 산하 위원회의 위원 등을 역임한 점 등으로 미뤄 정치권에 불법자금 등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 자금이 정치권 등으로 유입됐는지 확인하는 한편 추가로 조성된 비자금이 있는지도 추적하고 있다.



고웅석 기자[freemong@yna.co.kr] 2006/05/09 12: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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