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처벌 받을 수 있나?
기업도 처벌 받을 수 있나?
  • 기사출고 2018.05.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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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벌규정만으론 한계, 문제점"
김성돈 교수, "기업 처벌과 미래의 형법" 출간

요새 굵직한 뉴스거리의 중심엔 사람보다 기업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업이 연루된 수많은 사건에서 기업이 형사책임을 졌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기업의 열악한 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하고, 기업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거나, 오염 물질을 유출시켜 환경에 크나큰 피해를 입혔다는 보도는 있으나 기업이 처벌됐다는 보도는 없다. 기업도 사람처럼 죄를 지으면 벌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기업 처벌과 미래의 형법
◇기업 처벌과 미래의 형법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역임한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최근 《기업 처벌과 미래의 형법》을 발간했다. '기업도 형법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업도 범죄의 주체이자 형벌 부과의 대상으로서 '형법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성찰과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 롯데, 에스케이, 케이티 등등 경제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된지 오래"라며 "기업이 야기한 사회적 폐해나 법익 침해적 상황에 대해 형법을 부과하는 데서 기업을 인간과 근본적으로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형법전의 '범죄' 외에 수많은 '위반행위'들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이른바 양벌규정을 담는 500개 이상의 법률이 있다. 그러나 형법전에서 기업을 형법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특별법의 양벌규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기업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이중적 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의견.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기업에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에서  지시된 수많은 위반행위들을 보면, 형법전의 범죄행위와 본질적으로 차등 취급할 만한 이유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자는 기업을 형법의 주체로 인정하는 '미래의 형법'을 설계하고 이론적으로 근거지우기 위해 독일 사회학자 루만(Niklas Luhmann)의 체계 이론과 그 이론이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작동적 구성주의'라는 새로운 인식론을 기반으로 삼았다. 기업도 자기 생산적인 사회적 체계로 보아 기업(법인)을 사람(자연인)과 나란히 새로운 형법의 주체로 인정하기 위한 이론적인 기초를 제시하려고 했다.

저자는 "형법에 편입될 새로은 주체들이 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가졌으면서도 오히려 공권력을 동원해 그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폭력을 자행하는 '국가'나 학습능력과 적응능력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작동해 점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등도 새로운 형법 주채로 등극할 가능성이 후보군"이라고 갈파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국가 폭력과 미래의 형법》 그리고 《인공지능과 형법의 미래》 로 이어질 연작 가운데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