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변호사의 '10 · 26'의 진실 조명
안동일 변호사의 '10 · 26'의 진실 조명
  • 기사출고 2017.06.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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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움직임에 정확한 기록 남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김재규의 묘소 앞에는 김재규 영정과 함께 탄핵 관련 기사가 실린 신문, 시바스리갈 술병, 꽃들이 놓여 있었다.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으로 박정희의 신드롬은 잦아들고, 시나브로 10 · 26 사건과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요동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김재규의 변호인 중 한 사람이었던 안동일 변호사가 최근 170일간의 재판기록으로 10 · 26의 진실을 조명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를 펴냈다. 특히 10 · 26 사건의 담당 변호인으로서 1심부터 3심까지 빠짐없이 지켜본 역사적 현장의 증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 당사자들에 관한 공판 조서와 생생한 법정 진술 메모를 토대로 구성한 체험 기록으로 이 책을 썼다는 게 저자의 설명. 그는 "과거사 정리와 김재규 재평가에 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충실하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현대사에 결정적 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대사건에 관해 정확한 기록을 후세에 남김으로써 이 나라 기록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5년에 출간된 "10 · 26은 아직도 살아 있다"의 개정증보판으로 준비된 이 책엔 초판에 실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추가로 실렸다. 저자는 김재규와 부하들을 둘러싼 에피소드 등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재판 과정 안팎에서 알게 된 비공개 사실과 경험담을 상세히 소개하고, 그동안 10 · 26 사건에 관해 발간된 책자와 언론 방송 보도,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 가운데 잘못 전해진 부분, 10 · 26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또 5 · 6공을 지나면서 숨겼거나 감춰진 사실, 과장 · 축소되거나 왜곡된 사실도 바로 잡았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김재규에 대한 평가는 팽팽하게 갈린다. 10 · 26 사태로 유신 체제가 종식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민주화에 기여한 인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김재규의 행위는 한낱 권력 투쟁의 소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주장이 옳은 판단인가는 역시 역사와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둔다"고 적었다. 그러나 10 · 26 사건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는 "김재규는 분명 박정희 시대의 유신 체제에 조종을 울렸고, 자유민주주의의 부활을 앞당겼으나, 박정희 시대의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며 "박정희 시대를 비롯하여 과거 정권의 쓰레기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몫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에게 남겨진 책임"이라고 맺었다.

600쪽이 넘는 분량엔 부록으로 변론요지서, 항소이유서, 항소이유보충서, 상고이유서, 대법원 판결문 요지(다수의견, 소수의견)이 포함되어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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