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 광주고검장 작별인사 전문
홍석조 광주고검장 작별인사 전문
  • 기사출고 2006.01.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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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홍석조 고검장
홍 고검장은 이 글에서 "작년 8월 소위 엑스 파일사건이 터졌을 때 제가 추구하여 왔던 공직의 꿈은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굳혔으나, 다만 주지도 않은 돈을 주었다고 매도당하는 저의 명예와 주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니어(후배)'들의 명예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제까지 버텨왔다"고 회고했다.

홍 고검장은 " 부화하지 못하는 알을 품고 있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미지의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려 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다음은 작별인사 전문이다.

검찰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작별인사

여러분, 저는 이제 검사의 길을 그만 가기로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어제(9일) 장관님과 총장님을 뵙고 이번 인사 때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저의 길을 바꾼다고 알리는 작별 의식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마치 저의 마음과 발길이 확실히 돌아서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8월 소위 엑스 파일사건이 터졌을 때 제가 추구하여 왔던 공직의 꿈은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굳혔습니다. 좋은 것을 저 혼자 다 가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주지도 않은 돈을 주었다고 매도당하는 저의 명예와 주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니어(후배)”들의 명예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제까지 버텨왔습니다. 등을 돌리고 돌아서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고 맞서도록 용기를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지나 온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 말처럼 막상 검사를 그만두려 하니 25년간의 검사생활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자기 말이 옳다고 악다구니 쓰는 사건 당사자들의 소동 속에서 하루를 지새던 일선 검사 시절부터 어렵다고 아무도 가까이 않는 고검 검사장에 이를 때까지 언제 세월이 이리 많이도 흘렀나 싶습니다.

지난 세월 어렵고 고된 순간도 많았지만 검찰에서 여러분과 함께 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훌륭한 선배, 동료, 직원 여러분들로부터 실제 적용되는 법과 지혜를 배우고 일을 이루는 법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좋은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사와 선배들로부터는 분에 넘치는 사랑과 평가를, 동료, 후배, 직원 여러분들로부터는 협조와 성원을 받는 행운 역시 함께 하였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부화하지 못하는 알을 품고 있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미지의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려 합니다. 그동안 저의 어깨 위에 힘겹게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기분입니다. 어떤 분의 말처럼 건강도 돌보고 가족과 함께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머리와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길을 떠나는 저를 축복하여 주십시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1월10일

광주에서 홍석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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