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창자료 내용은 수사 불가"
"도창자료 내용은 수사 불가"
  • 기사출고 2005.1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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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불법 도 · 감청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서울중앙지검은 14일 안기부 · 국정원의 도청 · 불법감청 관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특히 그동안 수사착수가 가능하다는 입장과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견해가 나뉘어 논란이 돼 온 도청자료의 내용 수사와 관련, 도청자료의 공개와 증거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제약과 공소시효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수사불가의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주목된다.

검찰은 우선 범죄행위의 결과물을 이용하여 범죄행위의 피해자를 수사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야기하여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수사의 상당성 결여를 수사불가의 첫째 이유로 들었다.

예컨대 도청자료를 근거로 수사할 경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자들이 경제적 · 사회적 이익을 목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처벌을 감수하면서 도청행위를 감행한 후 그 내용에 따라 도청 피해자들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요구가 가능하게 되는 등 도청풍조가 만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불법도청자료에 대화당사자로 거명되는 사람들은 국가기관에 의해 사생활의 비밀이 1차적으로 침해된 피해자들로, 이들에 대해 다시 수사에 착수해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형사처벌을 한다면 이는 도청 피해자에 대한 이중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논거도 제시했다.

도청 내용이 대부분 지극히 사적인 대화로 수사 착수시 이러한 내용도 곧바로 공개될 우려가 있어 관련자들의 심각한 명예훼손이 예상되고, 대화에 등장하는 풍설 · 풍문에 대하여는 증거법상 그 진위에 대한 사실입증이 곤란해 수사 착수가 오히려 국민적 의혹만 증폭시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폐해도 지적됐다.

대화내용중 범죄행위가 포함된 경우도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성돼 수사의 실익도 크지 않았다고 했다.

설령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7년 이상 경과된 사건들로 현 단계에서 증거수집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당사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사실상 다른 수사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으며, 실제로 이번에 고발된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도청자료를 수사 단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X파일'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적용, 'X파일' 관련 고소 · 고발사건 수사에 있어서도 'X파일' 내용을 직접적인 수사의 단서나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 대신, 'X파일' 내용 외에 별도의 독립된 수사 단서가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철저히 수사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과 안기부의 도 · 감청 사건과 관련, 이미 구속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외에 전 국정원 직원 3명을 기소유예처분했다. 자살한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은 공소권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또 불법 도 · 감청 자료의 유출 및 내용 공개와 관련해선 얼마전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공운영 전 국정원 미림팀장과 재미교포 박인회씨 외에 이상호 MBC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X파일' 내용과 관련된 고발 사건에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피고발인 전원에게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 또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