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형제 326억원 횡령…가족자금처럼 회사돈 사용"
"두산 4형제 326억원 횡령…가족자금처럼 회사돈 사용"
  • 기사출고 2005.11.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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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14명 전원 불구속기소…형성성 논란 일듯 "비자금 가족 분배…생활비, 사찰 기부, 이자 등 사용"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그룹 총수 형제 4명이 1995년께부터 10년간 두산산업개발(구 두산건설) 등 관련 계열사로부터 337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약 32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회장 등은 특히 서로 공모하여 비자금을 만든 후 이 돈을 가족간에 분배하고, 세금 납부 등 대주주 일가의 생활비,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대출금 이자, 사찰 기부금 등으로 사용하는 등 회사돈을 마치 총수 일가의 가족자금처럼 써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손기호 부장검사)는 두산그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오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4명과 계열사의 전 · 현직 임원 등 모두 1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관심을 모았던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는 박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자금전달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관련 회계법인은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공사 원가와 매출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감사하였으나, 두산건설에서 감사 적발을 피하기 위해 전산상으로 전표를 수정한 다음 허위의 공사원가 전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회계법인을 속인 사실이 인정돼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관련 피의자 14명 전원이 불구속기소돼 비슷한 사안에서 구속기소된 다른 기업 총수와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와 관련, "피의자들이 범죄사실에 대해 반성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였고,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기소했다"며, "아울러 가족간의 분쟁으로 인해 7형제중 4명을 특경가법위반(횡령)으로 기소하는 점, 박용성 전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구속될 경우 국익에 상당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불구속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용성 전 회장은 위장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과 세계물류의 비자금 67억원, 두산산업개발 비자금 208억원 등 총 275억원을 횡령하고, 두산산업개발의 2838억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다.

박용오 전 회장은 동현엔지니어링 · 세계물류 비자금 67억원과, 두산산업개발 비자금 219억원 등 총 286억원을 횡령하고, 두산산업개발의 2838억원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다.

박용만 전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 비자금 139억원 횡령 및 두산산업개발의 2838억원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다.

박 전 회장 등은 협력업체와 허위의 공사계약을 체결해 공사대금을 지급하거나 외주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후 공사대금과 차액을 회수하고, 협력업체로 부풀린 운송대금을 송금한 다음 차액을 회수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1998년 1월께부터 2002년 7월께까지 부인 이모씨가 실제로는 넵스의 감사로 근무하지 아니함에도 급여를 지급하여 2억 7138만원을 횡령하고, 1999년 9월께부터 2004년말까지 협력업체와 허위 계역을 체결하고 물품대금을 지급한 후 회수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사찰기부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넵스 비자금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검찰은 그러나 미국 뉴트라팍을 이용한 재산국외도피, (주)태맥을 이용한 비자금 횡령,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 그룹 계열사의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하여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처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20일 박용오 전 회장측이 대검에 박용성 전 회장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8월30일 참여연대가 두산그룹 임원 12명을 상대로 분식회계와 횡령, 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해 옴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으며, 검사 7명과 수사관 11명 등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의 인력 전원이 투입돼 100일 넘게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는 "이번 수사는 살아있는 기업에 대한 해부식 수사가 아니라 정밀 외과식 수사를 지향함으로써 기업활동이나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수사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업수사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며, "재벌 오너들이 소수의 지분으로 기업을 사유화하여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