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폭력 피해자가 반대해도 국민참여재판 가능"
[형사] "성폭력 피해자가 반대해도 국민참여재판 가능"
  • 기사출고 2016.04.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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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추가 피해 등 고려, 신중하게 판단해야"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반대하더라도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2차 피해 정도, 심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참여재판 실시 가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3월 16일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 김 모(43)씨가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심(2015모2898)에서 김씨의 재항고를 기각,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14세의 지적장애인이 피해자인 이 사건에선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판결문을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 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제 관련 통계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9조 1항 3호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는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과 같은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반영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취지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사건에서 법 9조 1항 3호를 근거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당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나 정신상태, 국민참여재판을 할 경우 형사소송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원심인 부산고법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는 점 ▲피해자는 14세의 지적장애인인 점 ▲심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의 특성 및 피고사건에서 예상되는 심리 절차와 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고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한 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08년 이후 법원에 접수된 국민참여재판 신청 3624건 가운데 배제 결정을 받은 사건은 623건이고, 이 가운데 37.1%인 231건은 성범죄 사건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범죄의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자의 나이나 피해 정도도 다양한바, 법 9조 1항 3호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 적용하면 사실상 성폭력범죄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에서 배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본 사건의 사안에서는 배제결정이 합당하나,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배제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는 법리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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