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별노조→기업노조 전환 범위 확대
[노동] 산별노조→기업노조 전환 범위 확대
  • 기사출고 2016.04.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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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독립성만 있어도 가능""발레오노조 조직변경 효력 다시 판단하라"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단체교섭 · 단체협약체결 능력은 없더라도 독립성을 가지고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노조원 결의를 통해 기업별 노조로 조직을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예외 범위를 확대한 것이어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월 19일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임원과 조합원인 정 모씨 등 4명이 "조직형태를 기업노조로 변경한 총회 결의는 무효"라며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2다96120)에서, 발레오전장노조의 상고를 받아들여 "총회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효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 탈퇴와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10여개 노조도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이며, 산별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던 지부 · 지회의 산별연맹 탈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주)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2010년 노사분규가 장기화 되자 임시총회를 열어 노조 형태를 산별노조 지회에서 기업별 노조로 전환했다. 총회에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했고, 536명(97.5%)이 기업별 노조 전환에 찬성했다. 이에 정씨 등이 총회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 · 2심 재판부는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독자적 단체교섭 ·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지회는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춘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어,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 중 8명이 찬성한 다수의견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산별노조 내부의 조직 관리를 위한 기구나 그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 원칙이어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없으나, ①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자적인 규약 ·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여, 법인 아닌 사단이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 또는 ②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까지 보유한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에는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발레오만도지회가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어 독립성이 있었는지 등에 관한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발레오만도지회가 독립한 노동조합이 아니어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이라는 게 다수의견의 판단. 1심과 항소심 판결은 ②의 경우만 심리하여, 조직변경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에서 맡게 될 파기환송심에선 발레오만도지회가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어 독립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 조직변경 결의의 유무효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립적인 단체교섭권, 단체협약 체결권까지 보유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하여 활동하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조직형태 변경 방식으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밝힌 판결"이라며 "노조가 어떠한 조직형태를 갖출 것인지, 이를 유지 · 변경할 것인지 등의 선택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 · 민주적 의사결정에 맡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립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여 산별노조 활동을 위한 내부적인 조직에 그친다면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통하여 산별노조를 이탈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이인복, 이상훈, 김신, 김소영, 박상옥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은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이 주체가 된 조직형태 변경만을 허용하므로, 산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산별노조뿐이고,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예외적으로 ②의 경우에만 자체 결의로 산별노조 탈퇴가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발레오만도지회는 노동조합의 실질이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없어(②의 경우 부정), 나아가 다수의견을 따르더라도, ①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여는과 법무법인 대안이 원고들을, 피고는 법무법인 신아와 화현, 태평양이 상고심을 대리했다. 피고보조참가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도 태평양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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