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명의로 인터넷에 저질 글…명예훼손 첫 기소
남의 명의로 인터넷에 저질 글…명예훼손 첫 기소
  • 기사출고 2005.08.18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모용자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 법원 판단 주목검찰, "명의 도용 저질 글 빈번…판례형성 필요"
남의 명의로 유명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1백 수십여차례 저질스런 글을 올린 30대 남자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로 처음으로 기소됐다.

검찰의 이번 공소제기는 특히 인터넷상에서 타인 명의를 닉네임 형태로 표시하고 저질, 외설스런 글을 게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가운데 이루어져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04년 7월26일부터 30일께 사이에 유명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S대 도서관에서 알게 된 S대 법대생 김모씨의 명의로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미화하는 등 저질스런 글을 약 170회 게시한 혐의로 A씨(32 · 무직)를 지난 8월12일 기소했다.

A씨는 이에 앞서 S대 학생을 위장해 S대 도서관을 출입하면서 학생들의 소지품을 상습 절취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모씨는 이름을 도용당한 5일째인 2004년 7월30일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여동생 핸드폰 번호까지 게시돼 엄청난 비난을 받게되자 범인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진정했으나 범인의 인적사항 불상으로 내사종결됐다.

그러나 약 1년뒤인 지난 7월 A씨가 상습절도죄로 검거 구속된 뒤 경찰에서 S대 학생을 상대로 피해신고를 접수한 결과, 범행이 탄로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자 김씨가 S대 도서관에서 좌석만 차지한 채 종종 '자기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메모를 남기는 것이 얄미워 사이버테러를 하게 됐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가 이용한 접속 ID는 또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에 대한 이번 추가기소는 특히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졌다.

심의에선 명예훼손이 된다는 견해와 피해자의 명의로 제3자를 비방한 내용에 불과하며, 피해자를 직접 비방하거나 동인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는 부정적 견해로 의견이 갈라졌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러나 1차장 검사와 형사부장 4명, 주임검사, 명예훼손전담검사 등이 참석한 공소심의위 심의 결과 기소해 판례를 형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 A씨를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타인 명의를 닉네임 형태로 표시하고 저질, 외설스런 글을 게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실정"이라며,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에 대한 직접 사실적시가 아니더라도 마치 피모용자가 그런 글을 게시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피모용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엄중 처벌할 수 있도록 판례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공소제기와는 별도로 이 사건 유형과 같은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적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61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