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앤장 출신 공격에 김앤장 선임
삼성, 김앤장 출신 공격에 김앤장 선임
  • 기사출고 2015.06.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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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다툼', '넥서스 vs 김앤장' 대리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6월 9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데 이어 이번엔 삼성물산이 10일 이사회를 열어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899만주(5.76%)를 모두 KCC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을 대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가처분을 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변호사. 김앤장 출신의 M&A 전문가인 그는 이번에 삼성물산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과 또 한 번 치열한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엘리엇과의 대결 구도에서 삼성 측 우호지분이 현재의 13.99%에서 19.98%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외부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제일모직의 2대 주주(10.18%)인 KCC가 합병 성사를 위해 매수 대상 기업의 경영자에 우호적인 기업인수자를 의미하는 백기사(白騎士)로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주주총회일은 7월 17일.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주총이 열릴 경우 삼성그룹 측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 8일 삼성물산 주식 0.23%(약 230억원)를 시장에서 매입한 KCC는 이번 자사주 취득으로 삼성SDI 등 삼성그룹 측(13.99%) · 국민연금(9.79%) · 엘리엇(7.12%)에 이어 4대 주주(5.99%)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 측에 자문하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가 법조 안팎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넥서스는 대한변협 국제담당 이사를 역임한 최영익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중소 로펌으로, 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M&A 등 회사법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벤처붐이 한참 일던 2000년 4월 김앤장에서 독립해 벤처기업에 대한 토털서비스를 내세우며 'IBC(Integrated Business Counsel)' 란 이름의 법률사무소를 설립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 IBC는 '통합된 기업 법률 서비스'란 의미로, 이런 자문 경험을 집약해 그가 2005년에 출간한 단행본 "불쌍한 CEO들의 달걀세우기"는 지금도 벤처,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 대표는 2004년 삼성물산을 상대로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에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10년 넘게 엘리엇의 국내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있는 것은 최 대표가 넥서스의 이재우, 남지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엘리엇에 자문하는 가운데 김앤장이 삼성물산을 대리하고 있어 김앤장 출신의 최 대표가 친정에 해당하는 김앤장 변호사들과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엘리엇 대 삼성물산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최 대표가 이재우 변호사와 함께 전에 엘리엇을 대리해 삼성전자 정관 변경 건으로 소송을 진행할 때도 삼성전자 대리인은 김앤장이었다.

현재 20여명의 변호사가 활약하고 있는 넥서스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김용준 변호사가 고문을 맡아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최영익 대표의 장인이기도 한 김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활약한 데 이어 이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던 법조계 원로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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