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웅 변호사 '경제민주화' 긴급제언 "대형 로펌 사건 제한해 개인변호사 보호하자"
강창웅 변호사 '경제민주화' 긴급제언 "대형 로펌 사건 제한해 개인변호사 보호하자"
  • 기사출고 2013.08.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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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판치는 천민변호사제도 바꿔야""우선 먹고 살아야 착한변호사제도 가능"
대한변협 부회장을 역임한 강창웅 변호사는 1970년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조경력이 40년이 넘는 원로 법조인이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변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수원지방변호사회 회장을 4년간 역임하는 등 변호사단체, 재야법조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에도 발벗고 나서는 맹렬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는 수원변호사회장 시절 서울고법의 경기지부 설치를 처음 제안해 공론화시켰다. 또 지난 1월 처음 도입되어 지방 출신의 위철환 회장이 당선된 대한변협 회장 선거의 직선제 전환도 그가 2007년 2월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적극 주장해 결실을 보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창웅 변호사
그런 그가 얼마 전 재야법조계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변호사업계도 경제민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보다 구체적인 그의 표현을 빌면, 전국에서 사건을 싹쓸이 하는 대형 로펌의 사건수임을 제한해 골목상권에 비유할 수 있는 자영(自營) 나홀로 변호사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는 6월 24일자 대한변협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대형 로펌의 사건선임 횡포를 방지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같이 먹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착한 변호사제도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걸타임즈가 강 변호사를 따로 인터뷰해 변협신문에 글을 기고한 배경과 그가 구상하는 따뜻한 변호사제도, 착한 변호사제도에 대해 들어보았다. 1991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수원에서만 23년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실제 사례를 들어 얘기를 시작했다.

"수원지법의 법정에서 내 사건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앞서 진행된 민사단독사건의 원고대리인으로 서울에 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2명이 나왔어요. 민사단독사건은 소가(訴價)가 1억원 이하인 작은 사건인데, 중소도시의 단독판사 사건에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나타나니 이곳의 변호사들은 입지가 점점 오그라들 수밖에요."

민사단독, 약식사건도 맡아

강 변호사가 또 다른 사례를 소개했다. 판사로부터 들은 얘기라고 했다. 사건의 무대는 경남 바닷가의 통영지원.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약식사건의 재판을 진행한 이 판사는 서울에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변론하러 온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선박이 관련된 사건으로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이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했을 것"이라며, "합의가 전제되었기에 약식기소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손해배상은 별 것 아닐 것이고, 대형 로펌에서 맡을 만큼 뿌리가 깊은 사건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창웅 변호사
물론 변호사는 전국이 영업권이어 서울에 있는 대형 로펌이 경남 바닷가의 약식사건이나 지방 중소도시의 민사단독사건을 맡는 데 어떠한 제한도 없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대형 로펌이 전국에서 사건을 싹쓸이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하고, "한쪽에선 변호사가 먹고 살기 위해 당사자에게 손을 벌리다가 먹튀하거나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는 전국이 영업권

그는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지금의 변호사업계를 천민변호사제도라고 불렀다. 그는 "한쪽은 굶어죽는데 한쪽은 부른 배를 두드리는 천민변호사제도를 혁파해야 한다"며, "그 대신 따뜻한 변호사, 착한 변호사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착한 변호사란 합리적으로 수임료를 받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온 몸을 던져 사건 해결에 나서는 변호사를 말한다. 강 변호사는 "착한 변호사가 되려면 우선 먹고 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건 하나 가지고 장난치고, 어떻게 해서든지 당사자로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덤벼드는 부작용이 일게 된다"고 우려했다.

"옛날에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고, 민사사건의 피고가 되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어요. 하지만 요즈음은 이런 일이 워낙 많다보니 뉴스가 아니라 일상사가 돼 버렸어요."

강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어렵다보니 한번 사건을 맡으면 자꾸 사건을 만들고 당사자로부터 돈을 우려내려 든다"고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하고, "결국 그 피해가 당사자, 의뢰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사건 많아 특정변호사 포함

그는 또 "나는 변호사 22년에 돈도 벌었고 사건도 많이 하고 있다"며, "내가 좀 더 사건을 맡으려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후배들을 먹고 살게 해주고 싶어, 누군가 불씨를 지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붓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가 된 그는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지난해 하반기엔 수임사건이 많아 지방변호사회에 사건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특정변호사에 포함되기도 했다.

"시골에 가면 가을에 추수하면서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 놓잖아요. 또 어부들이 치어는 잡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변호사업계도 이런 질서가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강창웅 변호사
강 변호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소가(訴價)가 작고, 지방에서 일어난 사건이더라도 이해관계가 큰 의미 있는 사건이면 의뢰인이 대형 로펌의 변론을 원할 수 있다는 로펌 측의 반박이 예상된다. 많은 유사한 사건이 대기하고 있는 시범케이스라든가 관련 사건이 있는 경우가 특히 그럴 것이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그 정도의 사건이라면 개인변호사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사건 해결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큰 칼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재반박했다.

지역제한, 소가제한 가능



대형 로펌의 사건수임 제한, 변호사업계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어떤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강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논의를 거쳐 모색하면 될 것이라고 아직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향토법관제나 지방대학 출신의 우선 선임처럼 지역변호사제를 두어 지역사건은 지역변호사가 수임할 수 있게 차등 선임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소가기준으로 대형 로펌은 소가 얼마 이상, 중소 로펌은 얼마 이상으로 하한제를 두어 선임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 그러나 수임제한을 두어야 할 대형 로펌의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각론으로 들어가면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 하나둘이 아니다.

"로펌 사건내역도 보고받아야"

강 변호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변호사는 일정 수 이상의 사건을 맡으면 사건내역을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도록 해 수임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체크하는 특정변호사제도를 운영하면서 로펌은 얼마나 많은 사건을 수임하든, 얼마에 수임하든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고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로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로펌은 지방변호사회가 담당변호사별로 수임사건 내역을 제출받고 있다.

호가호위 분사무소 철폐해야

강 변호사는 이어 지방 등에 설치되는 로펌의 분사무소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그 로펌의 업무수행과 별 관련이 없으면서 로펌의 위세를 이용하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방변호사들이 서울 대형 로펌의 분사무소를 보면 굉장히 기분 나쁜데, 당사자를 현혹시키는 분사무소 제도를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웅 변호사
변호사법은 판, 검사 출신 등 공직퇴임변호사의 경우 퇴직 후 1년간 종전 근무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수임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강창웅 변호사의 주장은 이른바 부자에 해당하는 대형 로펌의 사건수임에 제한을 가해 개인변호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로펌을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외국 로펌의 진출과 함께 로펌들 사이에서도 한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주장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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