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펌업계에도 클리어리와 비슷한 분화, 독립의 사례가 적지 않다. 1991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법무법인 케이씨엘이나 법무법인 율촌이 대표적인 경우다. 법무법인 두우나 법무법인 양헌의 전신인 김 · 장 · 리 법률사무소에서 갈라져 나온 충정도 지금은 역사가 상당히 쌓였지만 출범 경위를 따져보면 2세대 로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후에도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이 출범하는 등 기존 로펌의 분화와 독립이 계속됐다.
특히 한국 로펌들 사이에선 IMF 위기를 전후해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내걸고 기치를 치켜든 부티크 로펌이 많이 시도됐다. 해상 전문의 법무법인 세경과 M&A 등 기업법무 전문을 내세운 지금의 법무법인 한얼이 97년 문을 열었으며, 3년 후인 2000년엔 노사관계 자문으로 유명한 I&S와 김앤장 출신의 최영익 변호사가 주도한 IBC법률사무소 등이 서울 강남에 닻을 내리고 본격적인 자문을 시작했다. IBC란 통합된 기업법률서비스란 의미로, IBC법률사무소는 당시 한창 붐이 일었던 벤처기업 자문 전문을 표방한 게 특징이다.
이후 한, 두 차례 다른 법률사무소와 합치는 등 변화를 거듭한 IBC는 10년이 더 흐른 지난 2011년 초 금융회사들이 많이 위치한 여의도로 옮겨 자문범위를 넓히고 이름도 법무법인 넥서스로 바꿨다. 얼마 전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가 자진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고문으로 있는 바로 그 법률회사다.
차세대 로펌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로펌들 사이엔 틈새시장이 적지 않고, 수요자들에겐 다양한 형태의 법률서비스를 경험한다는 이점이 있다. 새로운 형태의 로펌 설립 시도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한국 로펌업계의 모습이 이를 잘 말해준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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