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요진단' 출연한 양승태 대법원장"재벌도 법 앞에 평등"
KBS '일요진단' 출연한 양승태 대법원장"재벌도 법 앞에 평등"
  • 기사출고 2012.09.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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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 받을 행위하면 재벌도 피해갈 수 없어""성폭력은 무서운 범죄…친고죄 폐지해야"
"정말 엄벌을 받을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엄벌을 받아야 되고 재벌이라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원장이 9월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범죄를 저지른 재벌가에 대한 양형, 성폭력 범죄 등 사법부의 최근 현안에 대해 소상한 견해를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나흘 앞두고 이루어진 이날 대담에서 양 대법원장은 재벌 회장, 대기업 회장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매서워진 것 아니냐는 앵커의 질문에 "법 앞의 평등, 만인평등"이라고 풀이하고, "반면에 엄벌을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닌 것, 그런 걸 범한 사람은 재벌이라고 해서 엄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도 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그러나 "경제범죄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조금 달라져가고 있고 그런 것이 아마 양형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 재벌 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강화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또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와 관련,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혀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법원장은 "성폭력 범죄자 양형 감각이 조금 낮게 형성된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법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친고죄라고 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 근거까지 사라졌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를 친고죄로 한 취지는 강간죄가 순수히 부녀자에 대한 개인적인 어떤 범욕을 침해하는 그런 존재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개인적인 법이익이 아니라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정말 무서운 범죄로 봐야 된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친고죄를 폐지하게 되면 법관들도 그에 비해서 양형 감각도 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거듭 친고죄 조항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 외에도 양 대법원장은 이날 대담에서 법조일원화, 국민참여재판, 헌법재판소와의 관계 등 사법부의 여러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말그대로 국민과 깊이있게 소통하는 시간이 됐다.

양 대법원장의 대담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국민참여재판 확대=삼성-애플 소송과 같은 그런 전문영역에 있어서 배심에 의존하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고, 미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아마 그런 배심원제를 그런 부문에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사 부문에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을 하고 있는데, 이 배심제는 소송절차에 국민들이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의식이 높아지고 또 절차의 투명성도 의식하게 되고 또 그러므로 사법절차를 이해하게 되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 국가사법참여위원회가 구성돼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배심제도의 형태, 확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여성대법관=내가 작년에 대법원장에 처음 취임한 이후에 첫 대법관 제청 때 여성인 박보영 대법관을 제청했다. 내가 보수적이라서 여성 대법관을 제청했겠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 여성 법관 숫자가 많지만, 대부분이 대법관에 올라갈 정도로 경력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판사가 백 한 오십명 되는데 그중에 여성법관은 단 4명이다. 그 가운데서 그렇게 인위적으로 여성법관을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대법원-헌법재판소 관계=우리 헌법은 헌법 제5장에서 법원에다가 사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은 법률해석권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관해서는 6장에서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 여부의 결정, 법률의 위헌 여부 결정까지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헌법이 명확히 최고기관에 대해서 권한을 분배를 해 놓고 있다.

최고기관에 대해서 동일한 권한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예컨대 국군통수권을 대통령도 가지고 있고 국회도 가지고 있으면 국군이 누구의 명령을 받아야 되겠나. 그러니까 법률해석권이라는 이런 권한은 법원도 최고기관이고 헌법재판소도 최고기관이다, 그럼 그 중에 한 개가 가져야지 어떻게 양쪽 기관이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헌법규정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자꾸 마찰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니까 헌법규정 안에서 조화로운 해석으로써 잘 해결이 될 거다.

◇법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판사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인 이슈나 그런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을 해야 되고 봉합해야 되는 법관의 직무에 비춰서 법관이 편견을 가진다든가 또 공정성을 상실할 그런 우려가 있다든가 이런 외관을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법관 윤리의 첫걸음이다. 우리 법관 윤리에 보면 법관은 공평무사해야 되고 공정성을 의심받을 그런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혀져 있다.

◇법률시장개방=사실 참 어렵다. 왜냐하면 아주 숙련된 외국의 큰 로펌들이 들어와서 우리 시장을 잠식하고 하면 그렇지 않아도 법조인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대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회를 오히려 역으로,그 위기를 역으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쟁 없이는 발전이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 외국계 기업에서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나아가서 오히려 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이런 힘을 키워야 한다. 지금 배출되는 전문 법조인들 보면 대부분 외국어도 잘하는 사람이 많고 옛날 우리 하고는 조금 또 다른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을 발전시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그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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