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서적 출간 붐…풍성해지는 법률 서가
법률 서적 출간 붐…풍성해지는 법률 서가
  • 기사출고 2004.09.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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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등 전문 서적, 수필집 등 잇따라 출간…내용도 다양 "변호사 수 증가 등 달라지는 법조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
교과서나 수험서가 아닌 법률 관련 일반 서적이나 전문서적, 법조인 들의 수상집 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다.

대형 서점의 법서 코너는 더이상 고시생들의 수험서나 두터운 교과서 차지가 아니며, 법에 관한 다양한 단행본들로 서가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9월18일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 따르면 2~3년전부터 '법학일반'으로 분류되는 법 관련 서적이 매년 수십권씩 출판되고 있다.

◇왼쪽부터 '건설판례 이해하기'..


이는 법전과 교과서, 수험서, 각 대학이나 학술단체 등의 연구발표집을 뺀 수치로, 새로 나오는 법서의 내용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다루는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고 한 대형서점의 창구 직원은 귀뜸했다.

이런 책을 내는 사람들은 물론 법조인이나 법학자 등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나 일반인들도 적지않다.

또 분야별로 실무에서의 경험 등을 책으로 펴내는 법률전문서적의 출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잇따른 수상록, 수필집 등의 출간이 법률서적 출판계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법률전문서적 출간 러시=교과서 차원을 넘어 특정 분야를 심도있게 파헤친 역작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특히 변호사 등 법률실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실무 경험이 바탕이 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건설판례 이해하기'는 건설교통부 고문변호사이자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김현 변호사가 판례를 중심으로 건설 분야의 주요 쟁점을 체계를 세워 분석해 낸 '건설과 법'에 관한 실무 안내서라고 할 만한 책이다. 이 분야의 전문 서적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7월 출간된 '사이버지적재산권법'은 손경한 변호사 등 이 분야의 전문가 21명이 항목을 나눠 집대성한 책으로, 분쟁이 갈수록 늘고 있는 정보화시대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조목조목 파헤친 최초의 체계적인 해설서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이혼 전문인 안귀옥 변호사의 '행복한 이혼, 불행한 이혼', 개인파산 전문인 김관기 변호사의 '개인파산의 이해', 문국진 교수의 '명화로 보는 사건 - 시민 법의학',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문변호사로 통하는 정경석 변호사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쟁사례집'도 해당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가 펴낸 법률전문서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헌법 관련 서적 인기=법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룬 책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헌법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헌법에 관련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헌법에 관련된 다양한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서울대 정종섭 교수의 '정종섭교수와 함께 보는 대한민국 헌법'은 만화를 통해 헌법을 설명하고 있는 게 특징으로 헌법에 관한 전문서적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을 상대로 알기쉽게 헌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나온 김두식 교수(한동대)의 '헌법의 풍경'은 검사 출신인 김 교수가 헌법의 정신을 따라가며 법조인과 법조계의 일그러진 모습에 대해 따끔하게 비판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동화작가인 이향숙씨의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삽화와 함께 동화를 읽어 내려가듯 헌법의 주요 대목을 풀어냈다.

이와함께 서울대 한인섭 교수가 펴 낸 '정의의법 양심의법 인권의법'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 법률가와 학자들의 글을 망라한 책으로, 해방 직후 유진오 박사의 헌법 제정의 취지를 밝힌 글에서부터 김재규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제시한 양병호 대법원판사 등의 글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된 대목들을 당시의 생생한 목소리로 비춰내고 있다.

또 '미국법입문(1) - 조익제 변호사와 함께 영어로 읽는'은 조익제 변호사가 미국의 학생들이 아닌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어로 미국법의 전반을 설명하고, 좀더 깊이 있는 원서 독서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기획한 책. 잘 요약된 미국의 판례를 직접 읽는 즐거움을 준다.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수필집, 수상록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얼마전 출간된 한승헌 변호사의 '산민객담'은 법조 원로인 한 변호사의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법률수필집이라 할 만한 책이다.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 온 한 변호사의 기지와 예리한 사회 풍자가 일품이다.

또 목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승옥 변호사의 '법률가의 초상'은 말그대로 한 중견 변호사의 법률수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안동일 변호사의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는 김현희 변호인이 재판 기록을 중심으로 'KAL 858기 폭파 사건'의 실체를 그려낸 본격적인 법정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에 관한 전문 서적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그만큼 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하며, 변호사 수의 증가 등 법조 문화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