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로펌의 광고 문의 전화
유럽 로펌의 광고 문의 전화
  • 기사출고 2009.04.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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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럽 나라 로펌의 광고를 실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휴대폰에 찍힌 전화번호는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의 도심. 아마 이 로펌의 광고에 대해 자문하는 광고대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김진원 기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광고는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 문의 전화가 주는 암시는 짐작할 만했다.

이 전화를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한-EU FTA가 잠정 타결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보다 유럽 특히 영국의 로펌이 먼저 상륙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인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칼럼에서 한-EU FTA가 한-미 FTA의 비준을 촉진하는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갈파했다.

영국 로펌 등 유럽 로펌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미국의 로펌들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영국 로펌의 진출이 보다 위협적이라는 등 한-EU FTA가 몰고 올 파장을 새삼 분석하자는 게 아니다. 경제 한파 속에 우리가 대응을 준비하든 그렇지 않든 시장은 끊임없이 요동치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국내 주요 로펌의 상반기 리쿠르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웬만한 중견 로펌을 설립할 수 있는 인원인 30명 안팎의 변호사를 충원하는 로펌이 있는가 하면, 같은 대형 로펌으로 분류되면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법률회사도 없지 않다. 경제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차이는 더욱 큰 모습으로 다가온다.

변호사의 수가 곧바로 로펌의 경쟁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로펌업계는 한층 차별화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다. 또 이번 경제위기가 차별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로펌들은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와 있고, 경제위기가 지나갈 즈음엔 국내 변호사업계의 모습이 한층 달라져 있을 것이다. 로펌이든 개인변호사든 경쟁력과 위상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법률회사들을 볼 때마다, 어려울 때일수록 홍보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게 들리는 이유다.

뉴스도 많고, 기사도 넘친 한 달이었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에 회부되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에선 전국 법관 워크숍을 준비하며 사법행정의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또 검찰에선 박연차 회장을 둘러싼 수사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어떤 성역도 없이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하라"는 임채진 검찰총장의 주문에서 이번 수사의 성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놓치기 아까운 소식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달의 판결 · 판례, Books 등은 실리지 못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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