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몸살 앓는 미국 로펌업계
구조조정 몸살 앓는 미국 로펌업계
  • 기사출고 2009.03.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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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er Ehrman 등 해산 이어 정리해고 봇물로펌 비즈니스 모델 근본적 변화 예측 잇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상징이자 미국변호사들의 최고 직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미국의 대형 로펌들로부터 심상치 않은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던 것 같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미국의 대형 로펌들도 그들의 고객인 기업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불황의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로펌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으며, 유례없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얼마만큼 지속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의 많은 대형 로펌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Heller Ehrman과 Thelen Reid에 이어 Thatcher Profitt & Wood까지 유서 깊은 미국의 로펌들이 해산을 결의했다. 또 주요 로펌들의 인원감축, 정리해고 기사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틀간 793명 일자리 잃어

지난 1월 Morrison & Foerster가 변호사 53명과 직원 148명을 정리해고 한 것을 비롯해 Cooley Godward Kronish(변호사 52명, 직원 62명 해고), 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변호사 45명, 직원 68명 해고)가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2월 들어서는 McDermott Will & Emery가 60명의 변호사와 89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피의 목요일(Bloody Thursday)'로 불리게 된 2월 12일과 13일에 거쳐 8개의 미국 주요 대형 로펌이 일시에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단 이틀 사이에 793명에 이르는 변호사와 로펌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대형 로펌들의 인원 감축노력은 소속변호사(Associate)의 해고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구성원변호사(Partner)에 의 감축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로펌 전문 컨설턴트는 2009년에 대한 불안감이 로펌 업계에 팽배한 가운데 미국의 100대 로펌 중 약 3/4에 달하는 로펌이 파트너의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실제로 Jenner & Block, Clifford Chance 및 Linklaters가 이미 실적이 부진한 파트너들을 상대로 해임을 단행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대형 로펌의 구조조정 노력은 소속변호사들에 대한 연봉 삭감과 동결에서도 나타난다. 2007년 미국내 로펌 중 총이익면에서 2위에 올랐던 Latham & Watkins가 작년 12월 소속변호사들의 2009년도 연봉을 2008년과 같은 수준에서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시발점으로 많은 대형 로펌들이 2009년에 신규 고용되는 1년차 신입 변호사들의 초임을 작년과 같은 미화 16만 달러에서 동결하거나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초임 연봉 16만$서 동결

Wolf Block을 비롯한 일부 로펌들은 소속변호사들에 대한 연봉 삭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올 들어 한 번의 정리해고를 선언한 바 있는 Nixon Peabody의 경우는 모든 분사무소를 포함해 이미 채용이 결정돼 2009년 가을로 예정된 신입 변호사들의 업무 시작일을 2010년 1월로 늦추기로 했다고 통보해 또 한 번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인디애나 로스쿨에서 로펌의 경영구조에 대하여 연구해 온 William Henderson 교수는 지난 12월 미국의 대형 로펌들이 매우 붕괴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2009년 초, 중반을 지나면서 특별히 대차대조표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몇몇 대형 로펌들이 Heller Ehrman이나 Thelen과 같은 수순을 밟아 사라질 확률이 높다고 언급했다. Henderson 교수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형 로펌들은 정리해고를 실행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비용과 이미 제공한 법률서비스에 대한 미수금 증가 등의 문제와 지속적으로 씨름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또 인원 감축 이후에도 여전히 A급 오피스를 사용하는데 드는 막대한 유지비와 해고된 변호사들에 대한 상당액의 퇴직금 지급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하였다.

예산 85%가 임대료, 인건비

실제로 미국의 National Law Journal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약 85%에 달하는 로펌의 예산이 임대료와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변호사 한 명을 해고할 경우 평균 미화 약 25만 달러가, 직원 한 명을 해고할 경우 약 10만 달러가 절감되지만, 이렇게 절감된 비용의 막대한 부분은 초기에 퇴직금 지급을 위해 사용되므로 실제 정리해고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약 9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연차가 낮은 소속변호사를 해고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보다 광범위하게 상위급 변호사들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이 로펌의 전체적인 일자리 축소를 막고 시간당 요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며, 결과적으로 로펌의 비용 절감을 위하여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로펌 전문 컨설턴트들 사이에선 기존의 경기후퇴와는 확연하게 다른 현재의 불황이 로펌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Hildebrandt International의 컨설턴트인 James Jones는 예측 가능한 변화로서 다음 4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대형 로펌들의 순이익은 증가가 없거나 약 15% 감소할 것이고, 둘째, 변호사들의 시간당 요율 인상은 크지 않고, 심각한 할인을 동반할 것이며, 셋째, 총수익의 증대는 3% 내외에 그칠 것이나 비용은 수익의 증가 속도를 추월하여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로펌의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컨설턴트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형 로펌들이 기존의 구조에서 탈피하여 정규직 파트너와 소속변호사의 숫자를 줄이고, 계약직 및 임시직 변호사로 충당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근본적으로 대형 로펌들이 신입 변호사의 초임을 고정해 놓고 일률적으로 그 기준에 맞춰 지급해 온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양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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