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최전선… 집행관의 현장 보고서
삶의 최전선… 집행관의 현장 보고서
  • 기사출고 2009.02.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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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 출신 기원섭씨 '집행관 일기' 펴 내법률상식 섞어 집행현장서 만난 이야기 62편 소개
불황이다, 경제한파다 해서 어렵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법원의 판결을 집행하는 집행관이 그들이다.

◇집행관 일기
흔히 집달리로 불리는 집행관은 채권채무 분쟁과 관련, 판사가 내린 판결 내용대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법원에 소속된 신분이지만, 채권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채권자에겐 고마운 사람이지만, 채무자 입장에선 가급적 마주치기 싫은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대검 중수부 수사관 출신의 집행관인 기원섭씨가 집행관 3년 6개월의 애환을 담은 '집행관 일기'를 펴냈다. 기씨는 중수부에 근무할 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31년 9개월의 검찰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집행관으로 인생 2막을 살면서 집행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힌 62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어느 봄 날. 기씨는 13평짜리 한 아파트의 명도집행에 앞서 답사를 나갔다. 임차인인 중년의 여인은 월 10여만원의 임대료를 3년간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다. 사연을 물어 보았지만, 이 여인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집 안엔 초라한 세간살이 뿐이었다. 방을 나오려던 기씨는 회색 벽의 대못에 걸린 여학생의 교복 한 벌에 시선을 빼앗겼다. '딸아이 교복 같은데 자기 방이 없어져 버리면 철모르는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겠어요."

기씨는 아파트 관리인을 설득해 집행을 미루었다.

이 외에도 아버지의 구멍가게를 지키려 쇠파이프를 든 삼형제 이야기, 자신이 진 빚도 아닌데 밥벌이를 빼앗긴 가장의 절규 등 집행관 기씨가 맞닥뜨린 서민들의 삶이 책 속에 녹아있다.

경매와 관련된 법률상식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유익한 정보로서의 가치도 높다.

기씨는 "경매로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을 때 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지 꼭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치권은 등기부등본이나 집행관의 현황조사로도 알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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