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로스쿨에 바란다
건국대 로스쿨에 바란다
  • 기사출고 2008.1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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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형 부장판사]
사법시험은 고등고시에서 시작하여 누구라도 단 한 번에 신분의 변신을 할 수 있는 시험제도로 오랫동안 법조 인력을 충원하여 왔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성숙하고 다양화된 사회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에 터 잡은 법률가를 더 많이 요구하여 영미식의 로스쿨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한호형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소송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판사, 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소송 등을 통하여 잘못된 법적용을 시정하거나, 자문 등을 통하여 적법성을 확보하는 일뿐 아니라, 공직에 임용되어 직접 법률을 적용 집행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의 로스쿨은 어떤 법조인을 키워야 할까?

첫째, 인격을 갖춘 법조인이어야 한다. 법은 국가 권력이 행사되는 길이다. 그 법을 다루는 법조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여 안주하지 않고 이웃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어울려 일함으로써 나라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인재를 키워야 한다. 건국대학교의 설립자 상허 선생님의 건국이념은 앞으로도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이다.

흔히 공부 잘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한다. 로스쿨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영미의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 정의를 세우고, 분쟁을 해결하고 악을 일소하여 사회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열린 마음의 법조인을 요구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의 힘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얻어야 한다.

눈앞의 실리만을 쫓는 사람은 짧게 보면 남보다 앞서 갈 수 있지만, 멀리 보면 결코 크게 될 수 없다. 인류의 보편적 지성이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는 가장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당장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정의와 윤리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실력 있는 법조인이어야 한다. 급격하게 전문화되고 다양화된 법률체계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 넓은 인접 분야에 대한 관심을 요구한다. 어설프게 익혀 잘못된 법률 지식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와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된다.

로스쿨 3년은 기본적인 법률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단기간에 법률지식 뿐 아니라 법조인으로서의 소양과 논리를 갖추기 위하여 만들어진 다양한 커리큘럼을 소화하려면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력을 쏟아 부어 몰입함으로써 수많은 법률지식을 익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은 지구를 하나의 생활단위로 묶고 지구 단위의 통합을 가속하고 있다. 지금은 자기 집 안방에 앉아서도 세계의 대부분 지역과 교신을 할 수 있고 약정을 하고 물품을 사고 팔 수가 있다. 내국법에만 안주한다면 우리 국민마저 보호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외국인과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미래를 지향하는 법조인이어야 한다. 과거의 사법시험은 합격하기는 어렵지만 그 후가 보장되는 시험이었다. 합격과 더불어 상승된 사회적 지위는 세월이 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하는 법조인에게 더 노력을 하여도 갈 길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법조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지 않고서는 자기 자리도 지킬 수 없게 되어 가고 있다. 전문 분야의 깊이를 더하고, 인접 영역의 이해를 넓혀 법정을 둘러싼 소송 수행의 범위를 벗어나 블루오션을 찾아 업무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

힘들지만 당당하게 출발하는 우리대학의 로스쿨이 철저한 준비와 비상한 노력으로 졸업생중 한명도 누락없이 국가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워주기를 바란다.

한호형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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