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와 세계금융위기
IMF 위기와 세계금융위기
  • 기사출고 2008.10.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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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기자의 법조전망대]IMF 특수 누렸던 로펌들 세계금융위기 촉각"경제 좋아져야 로펌경기도 선순환 이어질듯"
지금부터 약 10년전인 IMF 외환위기때 국내의 주요 법률회사들은 일종의 IMF 특수를 맞았다.

◇김진원 기자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법정관리, 화의를 신청하고, 수많은 기업이 주요 사업분야를 외국 기업에 매각하는 등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로펌업계에선 '경제는 불황이지만, 로펌은 호황'이라는 즐거운 비명이 들렸다. 당시 법정관리, 화의를 신청하는 기업의 사주들이 현찰을 마련해 파산변호사를 수소문하고 다녔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또 M&A(기업 인수 · 합병)와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몸값이 올라가며 이들의 수임료엔 일종의 급행료가 따라 붙을 정도였다.

로펌들은 경쟁적으로 변호사를 충원하고 나섰다. 국내 주요 로펌들의 덩치가 지금의 규모로 커진 것도 따지고 보면 IMF 전후의 규모확대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국내 로펌들의 성장은 IMF가 몰고 온 단기적인 특수 뿐만 아니라 IMF 이후 우리 경제가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세계화를 거치며 한단계 더 성숙하게 된 측면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가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까 정부와 기업 모두 우려하고 있다.

또 지금의 금융위기가 IMF 때보다 더욱 걱정스럽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IMF 때는 미국과 유럽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어서 이들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돈도 빌리고, 외국 기업에 사업을 내다 팔아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혹자는 IMF 위기는 급성이었으나, 작금의 금융위기는 만성이고, 바닥을 알 수 없어 더욱 곤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과연 법률회사들은 IMF 때 못지않은 특수를 누릴 수 있을까. 일부 로펌에선 세계금융위기와 관련, 특별팀을 꾸리고 법적 쟁점을 분석한 뉴스레터를 돌리는 등 관련 사건을 따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일선 법률회사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특수가 일었던 IMF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기업회생 신청과 금융 관련 자문 등 관련 일감이 이어지며 몇몇 분야에선 제법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IMF 때의 특수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돈이 궁핍하게 된 국내외 기업들로서는 M&A나 새로운 사업에의 투자 등에 엄두를 낼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가는 이중의 손해 속에서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을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당분간 M&A나 외국으로부터의 금융 조달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로펌들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지 모른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없지 않다.

'불황특수'라는 말이 있지만, 로펌들도 경제가 좋아야 경기가 일어나는 법이다. 또 불황특수 보다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일으키며 로펌에 의뢰하는 사건이 늘어나는 호황특수의 선순환이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로펌들도 세계금융위기의 파장과 극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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