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판결' 14건 내용과 의미
'시대의 판결' 14건 내용과 의미
  • 기사출고 2008.09.2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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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법원이 법원전시관 게시를 위해 선정한 '시대의 판결' 14건의 간략한 내용과 의미이다.

◇여성전화교환원 퇴직처리 무효사건(85다카657)=체신부 교환원으로 재직 중이던 원고는 1983. 1. 1.3 체신부의 전기통신업무가 피고공사(한국전기통신공사)로 이관됨에 따라 이곳의 서울시외전화국 교환원으로 옮겨 근무했다. 피고공사는 발족직전(1981.12.31.) 직원의 정년을 43세에서 55세로 올리는 내용의 인사규정을 마련했다가, 그후 착오를 주장하면서 교환직렬직원에 대해서만 그 정년을 다시 43세로 낮추고, 1982.12.31. 43세가 된 원고에게 정년퇴직을 발령했다. 이에 원고는 정년퇴직발령이 무효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사실상 여성전용직종인 교환직렬직원의 정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일반직렬 직원의 정년보다 12년이나 낮게 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상 남녀차별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하였다.

이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선언하고 있는 남녀 평등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근로현장에서 구현함으로써 여성근로자들의 인권을 신장시킨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망원동 수재 손해배상사건(90다카10527)=1984년 여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큰비가 내려 한강 수위가 점차로 높아지면서 한강과 서울 마포구 소재 망원동 유수지 사이를 잇는 지하배수관로에 설치되어 있던 수문상자가 무너졌고, 한강물이 역류하여 서울 망원동 일대가 물에 잠기는 수해가 발생하였다. 이때 수해를 입은 주민들인 원고들이 유수지를 관리하는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 수해가 자연공물로서의 하천이 범람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공공물인 망원동 유수지의 수문상자가 갖고 있던 하자 때문에 발생하였으므로 서울시는 수해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한강 주위에서 자주 발생하는 여름철 수해와 관련하여, 유수지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유수지의 시설을 하자 없이 설치·관리하여 수해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는 것과 함께 그 하자 때문에 발생한 수해에 대해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선언함으로써 하천과 같은 자연공물, 큰비 등의 자연재해와 관련하여서도 공공기관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걸개그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1990.9.25)=화가 A는 대형 걸개그림의 슬라이드를 북한의 평양축전에 보낸 것으로 인해 구속되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A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B가 A를 만나기 위해 '변호인접견신청'을 하였으나 수사기관은 이를 거부한 채 A를 신문하여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틀 후에야 변호인접견 불허처분이 취소되어 A와 B는 약 48부누간 접견하였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변호인접견이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A의 자백은 그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이를 유죄에 쓸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나머지 다른 적법한 증거에 의해 일부 국가보안법 위반 사실(예컨대, 슬라이드를 북한에 보내 전시하게 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였다.

헌법 제 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변호인접견교통권을 선언하고 있다. 이 판결은 이러한 변호인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상태에서 얻은 범죄인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어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불법수사를 막고 피의자와 피고인의 기본권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백화점 변칙세일 사기사건(91도2994)=유명 백화점의 숙녀의류부장은 백화점의 여성의류를 납품하는거래업체 대표와 짜고 315,000원에 팔기로 한 신상품인 롱코트를 백화점 세일에 내놓으면서, "450,000→315,000원"이라고 기재된 가격표를 상품에 부착하고 매장 안의 광고대에도 30% 할인이라고 부착해서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였다. 당시 구매자들은 백화점에서 45만원에 팔아오던 것을 특정 기간 중에만 특별히 30% 할인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코트를 구입하였다. 검사는 백화점측이 실제로는 할인하여 파는 상품이 아니면서도 그러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그 상품을 구입하면 이익을 보게 된다는 착오에 빠지게 하여 상품을 판매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고, 이에 대법원은 거래에 있어 중요한 구체적 사실을 상대방에게 허위로 고지한 경우 이것은 통상적인 과장·허위광고 등 법률상 허용되는 상술이라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된다고 판단하고 백화점측의 변칙세일행위를 유죄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상거래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광고는 있을 수 있지만 물품의 가격과 같은 거래의 중요한 사실을 상대방에게 허위로 조작하여 알려주는 것은 범죄행위가 되므로 허요오디지 않는다는 것, 상거래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을 밝혀 주었다.

◇신이십세기파 사건(92도682)=피고인 A 등 3명은 부산 중구 남포동과 부평동 일대 성인오락실을 장악하기 위하여 폭력 범죄단체인 '신이십세기파'를 조직하여 활동했다. 그들의 범죄행위를 수사하던검사는 피의자 B가 다른 공범들과 범죄단체를 조직해서 활동했다고 자백하는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였는데, 당시 검사는 피의자 B에게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피의자를 심문할 때는 미리 진술거부권을 알려주어야 하고, 이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한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없고 하면서, 이 사건의 비디오테이프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위 비디오테이프 외에 다른 증거들을 더 제시하였기 때문에 결국 피고인들은 유죄 판단을 받았다.

이 판결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을 위반하여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불법수사를 막고 피의자와 피고인의 기본권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 내란사건(96도3376)=1979년 전두환, 노태우 등은 12·12 군사반란으로 군위 지휘권과 정부기관을 장악한 뒤 정권을 탈취하기 위하여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비상대책기구 설치 등의 계획안을 마련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강압하고, 병기를 휴대한 병력으로 국무위원들을 강압하고 겁을 주어 이를 의결·선포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일어난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병력으로 동원하여 난폭하게 진압하였다. 그 후 전두환은 간접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퇴임 후인 1995년 내란목적살인, 반란죄 등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피고인 전두환에게 사형, 피고인 노태우에게 징역 22년 6월이 선고되었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피고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 피고인 노태우에게 징역 17년으로 감형되었따. 대법원은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온 위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고등법원이 선고한 형량을 확정시켰다.

이 판결은, 이른바 "성공한 쿠데타"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명확히 하여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수호하려는 대법원의 의지를 보여준 의미 깊은 판결이다.

◇운전면허증 부정사용행위 유죄 인정 사건(2000도1985)=A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현행범으로 경찰관에게 체포되어 경찰로 가서 조사를 받다가 경찰관이 그의 신분을 확인하기 이해 신분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자신의 인적 사항을 속이기 위하여 때마침 예전에 길에서 주워 가지고 있던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하여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문서부정행사죄는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 공문서를 원래의 정해져 있는 사용권한자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범죄인데, 원래의 사용목적이 아닌 데 사용하면 또 범죄행위가 되지 않는다. 신분확인을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어 다른사람 행세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전에 대법원은 운전면허증은 원래 운전면허가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사용목적이지 신분확인에 목적이 없기 때문에 공문서부정행사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 판결로 의견을 바꾸어 죄가 된다고 판결하였다.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운전면허증이 사실상 주민등록증을 대체하여 신분확인을 해 주는 공문서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다. 사회현상의 변화에 따라 이를 반영하여 법원의 판단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사의 체벌행위 유죄 인정 사건(2001도5380)=여자중학교의 체육교사로서 태권도를 지도하는 A는 여학생 B가 체육수업 중 '무질서하게 달린다'는 등의 이유로 손바닥으로 두 차례 B의 목을 때리고, 태권도대회 출전과 관련해 질문하는 또다른 학생 2명에게 나머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가지 없는 X"이라고 욕설을 하였다. 대법원은, 폭행, 욕설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교사의 지도행위는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한 때에 학생의 잘못한 언행을 교정하는 목적으로 상당한 방법으로 하였을 때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지만, 그 지도행위가 폭생과 욕설의 상황·동기·수단·방법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는 피해학생에 대한 폭력죄,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위 사건의 교사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 판결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가하는 체벌, 욕설 등이 적법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와 함께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체벌, 욕설 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여성종중원 지위 인정 사건(2002다1178)=1999년 용인 이씨 종중(가문)은 종중 소유 임야를 수백 억 원에 팔고 이 돈을 종중원들에게 분배하면서 남녀 및 연령에 따라 분배금액에 차이를 두었다.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 원씩을 지급하고, 미성년 남자와 미혼의 여자들, 나아가 며느리들에게 수천 만 원씩을 지급하였는데, 이미 결혼을 한 여성 자손들에게는 지급을 하지 않았따. 그후 협의 끝에 일부 지급받기로 하였으나 그 금액이 며느리들에 대한 금액보다 적자 기혼 여성들인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그들도 동등한 종중원이므로 돈을 차등지급한 것은 헌법상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여성에게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관습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나서 그 법적 효력이 없고, 여성 또한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상의 묘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목적으로 구성된 종중은 오랬동안 관습적으로 성인남자만을 종중원으로 인정하고 여성은 여기서 제외해 왔다. 이처럼 종래 우시 사회에 광범위하게 통용되어 일상생활을 지배하던 관습법이라도 평등의 원칙 등 헌법상 중요한 법원칙에 어긋나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헌법의 원리를 구현시키는 데 기여한 판결이다.

◇필로폰 함정수사 사건(2005도1247)=피고인들(A, B)는 히로뽕 매수 및 밀반입을 하려는 생각을 하고있지 않았는데, B의 애인이었던 C와 검찰의 마약수사관들의 권유로 중국에서 마약을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오기로 결심하고, 이를 진행시켜 마약을 가지고 입국하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정보원인 C의 제보로 체포되었는데, 수사기관은 D의 제보로 체포된 것으로 보고하였다. 사건의 전말은 마약반 정보원 D가 수사를 받게 되자 마약반에서 D의 공적(마약사범 체포에 도움을 주는 행위 등)을 만들어 그를 돕기 위해 C를 통해 A와 B를 속이고 히로뽕 매입을 의뢰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함정수사에 빠져 범죄행위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러한 함정수사는 위법하며 나아가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피고인들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죄에 대해 공소기각판결을 했다.

함정수사라는 것은 수사기관이 속임수를 써서 원래는 범죄행위를 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을 범죄행위를 하도록 유도·권유하는 방식으로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식을 가리킨다. 범죄를 막을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책 오히려 범인을 검거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국민에게 범죄를 유발, 권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명백히 밝힌 의의가 있는 판결이다.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인정 판결(2006두330)=A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자신이 남성이라는 성주체성이 형성되면서 남성처럼 행동하며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남성으로 인정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공사인부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면서 남성으로서 살아왔다. 이후 성전환수술을 마쳐 정신적·육체적으로 남성으로 거듭 태어났고,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어 가정이나 사회에서 완전한 남성으로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성별란의 여(女)를 남(男)으로 고쳐 달라고 호적정정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법률상 남성·여성을 구별하는 데는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하여, A와 같이 성전환증을 원인으로 성전환수술까지 받음으로써 정신적·사회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호적정정을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그간 사회적으로 소외된 삶을 살아온 성전환자들에게 전환된 성으로 호적을 정정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수자들의 인권보장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고, 이후 여러 성전환자들이 호적정정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터넷 게시글 관련 명예훼손 사건(2007도5077)=대학생인 A는 자신의 군대 후임병이었던 피해자 B가 다른 사람들에게 "A가 자신을 스토킹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였던 것에 앙심을 품고, B를 괴롭힐 목적으로 또 다른 군대 후임병인 C의 개인홈페이지 방명록에 B가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글을 총 7회 게시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B는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대법원은 A가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행위는 B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여 유죄를 인정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위 조항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판결은 인터넷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명백히 해 주었다.

◇김태환 제주지사 사무실 압수수색 사건(2007도3061)=검사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가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사실을 포착하고 제주지방법원에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여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검사가 이 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청 기획관실의 도지사 부속실 옆 대기실에 붙어 있는 A(정책특보)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때마침 도지사의 비서관 C가 도지사의 업무일지 등이 포함된 서류뭉치를 들고 그 방에 들어오다가 수사기관들로부터 사실상 강제로 위 서류를 압수당하였다. C는 영장상 압수수색 대상자가 아니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수사기관의 C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느냐, 또는 위법한 정차로 압수수색하여 얻은 증거가 증거능력이 있느냐 등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산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이것을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히고, C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따지지 않고 C로부터 압수한 서류를 증거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그후 광주고등법원은 위 압수수색절차를 위법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이에 검사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적법절차의 원리가 수사절차에서 완전히 구현되게 하려면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여, 이러한 증거를 재판에서 완전히 배제하는것처럼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 판결은 이러한 적법절차의 원리를 형사사법절차에서 구현하려는 대법원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한 뜻깊은 판결이다.

◇소리바다 저작권법 위반사건(2005도872)=피고인(소리바다 운영자)은 음악파일(MP3)을 상호 복제·교환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하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파일 공유기능을 지닌 P2P(Peer to Peer) 프로그램 소리바다를 개발하고 서버를 설치·운영하면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하여 위 프로그램을 무료로 널리 제공하였다. 소리바다 프로그램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음악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컴퓨터 공유폴더에 담아 둘 수 있게 되었는데, 검사는 이것을 저작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보아 소리바다 운영자를 기소하였다. 대법원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파일을 상호 복제·교환하는 행위는 음반의 저작인접권자들의 음반에 대한 복제·배포권을 침해하는 저작권법 위반행위이고, 소리바다 운영자는 이용자들에게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저작권법을 위반하도록 도왔으므로, 그 방조범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 널리 유행한 P2P 프로그램 방식으로 음악 MP3 파일을 상호 복제·교환하는 행위가 음반에 관한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해 주어, 인터넷 시대에 지켜야 할 법질서의 테두리를 그어 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정리=여은미(yeoci@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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