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구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운영비원조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후, 이 조항에 근거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사건에 대해 전국금속노조가 낸 재심청구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형벌조항이 아니고, 개선입법 과정에서 소급효를 인정하는 경과규정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는 위헌결정과 같이 소급효를 인정하나, 형벌조항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에는 당해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27일 유성기업 등 7개 회사와 회사가 노조에 조합사무실과 집기 및 비품 등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자 시정명령에 대해 취소소송을 냈다가 패소 확정된 전국금속노조가 헌재 불합치결정 이후 다시 제기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2018재두178).
헌법재판소는 2018. 5. 31.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중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201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잠정적용명령을 하였으며(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2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 위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개정시한을 경과한 2020. 6. 9. 헌법불합치결정 취지에 따라 개정되었으나, 개정된 노동조합법 부칙은 개정 법률조항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은 두지 아니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조항으로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고,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은 행정관청의 처분인 시정명령에 대한 규정"이라며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과 결합된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형벌조항에 대하여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었으나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정시한이 지남으로써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면 그 효과는 장래를 향해서만 미치고(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두49154 판결 등 참조), 개정시한이 지난 후 개선입법이 이루어졌으나 소급효를 규정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 법원으로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정한 개정시한까지는 종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두6182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이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을 그대로 적용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고 하여 재심대상판결에 재심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금지규정과 그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또는 처벌규정이 각기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금지규정과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이 되는 금지규정은 달리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따라서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의 위반을 이유로 피고가 명한 시정명령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이를 형벌에 관한 조항으로 나아가 판단할 수는 없고,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