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정보처리장치 · 정보저장매체'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휴대전화'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수사기관이 이 압수수색영장을 근거로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하던 중 2024년 5월 22일 춘천지법 판사로부터 '압수할 물건'을 '정보처리장치(컴퓨터, 노트북 등)와 정보저장매체(USB, 외장하드 등)에 저장되어 있는 본건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회계, 회의 관련 전자정보'로 한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 경찰은 다음날인 5월 23일 이 압수 · 수색영장을 근거로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에 A씨가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를 냈으나, 춘천지법이 A씨의 휴대전화가 압수 · 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 또는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준항고를 기각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월 25일 "이 사건 압수 · 수색영장에 의하여 A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 원심결정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모2020).
대법원은 먼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하여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는 정보처리장치나 정보저장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통신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컴퓨터, 노트북 등 정보처리장치나 USB, 외장하드 등 정보저장매체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에는 전화 · 문자메시지 · SNS 등 통신, 개인 일정, 인터넷 검색기록, 전화번호, 위치정보 등 통신의 비밀이나 사생활에 관한 방대하고 광범위한 정보가 집적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컴퓨터나 USB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와는 그 분량이나 내용, 성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 · 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도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압수 · 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영장으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압수 · 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는 ‘정보처리장치(컴퓨터, 노트북 등) 및 정보저장매체(USB, 외장하드 등)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가 기재되어 있을 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휴대전화가 이 사건 압수 · 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 또는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준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에는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칙, 압수 · 수색영장에서의 압수할 물건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 · 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