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비대면 대출계약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에 따른 본인확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대출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대출금 지급의무를 부인한 판결이다.
A씨는 2022년 7월 30일 보이스피싱범이 아들을 사칭하며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거짓말하자 이에 속아 보이스피싱범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링크된 원격 조작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보이스피싱범에게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주었다. 보이스피싱범은 우리카드의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올인원 대출(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우리카드는 문자메시지 서비스(SMS)로 본인확인을 하고, 보이스피싱범이 입력한 A씨 명의 예금계좌에 1원을 보내고 입금자 표시를 확인하는 절차인 '1원 인증'을 했으며, A씨의 주민등록증 기재 생년월일과 발급일자를 확인하고, A씨 명의 공동인증서 전자서명을 확인한 후 A씨 명의 예금계좌에 8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우리카드가 A씨에게 대여금 청구소송(2023가소1953989)을 제기하자, A씨는 본인의 의지에 의한 대출이 아님을 항변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했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씨가 대출 당시 만 65세를 넘긴 고령자이고, 고령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속도로 대출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본인확인을 위해 발급된 인증서가 대출계약 절차를 진행하는 당일 발급된 점 등을 고려해보면, 우리카드가 A씨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대출계약이 A씨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품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의무사항 중 일부만을 실행하여 본인확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정민 판사는 8월 9일 A씨의 항변을 받아들여 우리카드의 청구를 기각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서는 피고와 같은 금융회사등으로 하여금 금융거래를 함에 있어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본인확인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금융실명법 3조 1항), 비대면 금융거래를 할 경우의 금융실명법에 따른 본인확인의무 실행방법과 관련하여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공동으로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마련하여 그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의무가 적용되는 모든 거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위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의하면, 비대면 금융거래를 하는 금융회사등은 ①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영상통화, ③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신분확인증표 확인, ④타 금융회사에 이미 개설된 기존계좌 활용, ⑤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생체정보 이용), ⑥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인증기관 등 다른 기관에서 신분확인 후 발급한 공인인증서, 아이핀, 휴대폰 번호 등을 활용), ⑦다수의 개인정보 검증(고객이 제공하는 개인정보와 신용정보사 등이 보유한 정보를 대조)의 방법 중 의무적으로 ①~⑤ 방법 중 두 가지 이상을 중첩하여 적용하고(의무사항), 이를 보완하기 위해 ⑥, ⑦의 방법을 추가적으로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권고사항), 금융회사가 위 의무사항을 이행하였다면 금융실명법 3조 1항의 실명확인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판사는 먼저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한 법령의 규정 내용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그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대면 전자금융 거래시 금융회사등이 취해야 할 본인확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의 여부는 위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기준으로 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이 사건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의무사항 중 ④타 금융회사에 이미 개설된 기존계좌 활용 방식에 의한 확인절차 하나만 실시하였고, 권고사항 중 ⑥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 ⑦다수의 개인정보 검증(고객이 제공하는 개인정보와 신용정보사 등이 보유한 정보를 대조) 방식에 의한 확인절차를 추가로 진행하였는바, 이는 위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른 본인확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주민등록증 기재 생년월일과 발급일자를 확인한 것만으로는 ①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방법으로 본인확인을 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이 사건 대출계약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우리카드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