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의 베이스 라이브러리(소스 프로그램)를 무단 복제해 사용했어도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월 23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 부장 이 모씨, 코오롱베니트와 개발용역 계약을 체결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 모씨에 대한 상고심(2024도3533)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피고인들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코오롱베니트도 무죄가 확정됐다.
이씨와 김씨는 2016년 6월 데이터베이스와 응용프로그램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미들웨어 프로그램 '심포니넷'의 베이스 라이브러리를 무단 복제하고 이를 이용해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심포니넷의 저작권자인 A씨는 2011년경부터 2015년 9월경까지 코오롱베니트와 개발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심포니넷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해외 증권시장감시시스템을 개발해 코오롱베니트에 납품했는데, A씨와 코오롱베니트의 개발용역 계약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와 김씨가 코오롱베니트가 가지고 있는 심포니넷의 베이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A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발용역 계약에 따라 A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은 코오롱베니트 측에 양도되었다"며 "이 사건 베이스 라이브러리 파일에 대한 이용허락의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하여 피고인들로서는 다른 프로그램 개발에 이 사건 베이스 라이브러리 파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피고인들에게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저작권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백양이 항소심부터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