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 200여m 상공을 비행 중이던 항공기 비상문을 연 승객이 아시아나항공에 7억여원을 물어주게 됐다.
대구지법 민사12부(재판장 채성호 부장판사)는 9월 5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비상문을 연 A(32)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4가합201844)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7억 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했다.
A씨는 2023년 5월 26일 12:37쯤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A321 기종 항공기가 대구 북구 동변동 인근 상공 고도 224m에서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시속 약 260km의 속도로 하강하던 중 비행기가 곧 폭발할 것 같아 두렵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비상문 레버 위에 설치된 플라스틱 덮개를 옆으로 젖힌 후 레버를 들어 올리는 방법으로 비상문을 열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197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항공기는 비상문이 열린 상태로 같은 날 12:38쯤 대구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해 12:45쯤 탑승교에 도착했다.
A씨의 행위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의 비상문 슬라이드 등이 파손되어 수리비 등 6억여원과 탑승고객에 대한 치료비, 숙박비 등 모두 7억 2,700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A씨는 당시 정신질환이 있었음을 이유로 일부 책임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을 받던 중 '잠정적 조현양상장애', '조현병 가능성' 진단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정도가 심신 상실상태에 이를 정도로 중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는 운항 중인 항공기의 비상문을 열어 탑승한 많은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렸고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나 원고 직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인하여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공보안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되어 2023년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