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 집행 중에 있는 피고인이 별도의 사건으로 또 기소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에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구금 상태까지 포함된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른 판결로, 대법원은 이 경우 국선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증거조사 등 일체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7월 3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4도8519)에서 이같이 판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심리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 공판 진행 당시 A는 별건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2개월 및 징역 5년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어 해당 형의 집행 중에 있었는데 국선변호인 없이 개정해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런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변호인이 있는 상태로 소송행위를 새로 한 후 위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기해 다시 판결해야 한다. 이 사건의 항소심에선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다. 그러나 1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고 1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한 다음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문언, 위 법률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고려된 '신체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규정의 취지와 정신 및 입법 목적 그리고 피고인이 처한 입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가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있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1도63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형사소송법 제282조에 규정된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제1심의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루어져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 등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그와 같은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이므로, 이러한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변호인이 있는 상태에서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 위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기하여 다시 판결하여야 한다(2002. 9. 24. 선고 2002도2544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2019. 5. 13.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별건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2개월 및 징역 5년을 선고받아 2019. 8. 1.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이 사건 제1심 공판 진행 당시 위 별건에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형 집행 중에 있었던 사실, 제1심은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하여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친 다음 유죄를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282조, 제33조 제1항 제1호에 정하여진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하여 이루어진 제1심에서의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