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압수수색 직전 신발주머니에 담아서 아파트 창문 밖으로 던진 SSD 카드에 대해 경찰이 추가 영장 없이 압수해 탐색하며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더라도 증거능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가 여자의 신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씨의 고층 아파트에서 PC 등을 압수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 검증영장에 의한 것이었다.
A씨는 압수수색 직전 아파트 밖으로 신발주머니를 집어던졌다. 경찰이 그 안에 있는 SSD 카드 등을 발견했으나, A씨가 신발주머니와 저장매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경찰은 이를 유류물로 보아 영장 없이 압수했다. A씨의 PC와 SSD 카드에선 신고 내용과 별개로 A씨가 여성과 나체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이 촬영된 동영상들이 발견됐다. 검찰은 아동 · 청소년 성매수 혐의와 함께 이 동영상들을 증거로 삼아, 2017년 말경부터 2018년 5월경까지 6회에 걸쳐 아동 ·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하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총 22회에 걸쳐 9명의 피해자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 등으로 A씨를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PC와 SSD 카드에서 나온 동영상들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A씨의 청소년성보호법 ·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아동 · 청소년 성매수 혐의만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PC에서 나온 동영상들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SSD 카드에서 나온 동영상들(SSD 카드 파일)에 대해서도, SSD 카드를 유류물로 보아 영장 없이 압수한 행위 자체는 적법하다고 보면서도, "경찰관들은 저장매체에 들어있는 전자정보의 탐색, 출력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SSD 카드 파일과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그러나 7월 25일 SSD 카드에서 나온 동영상들은 증거로 쓸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1181).
대법원은 "유류물 압수는 수사기관이 소유권이나 관리처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였지만 적법하게 포기된 물건, 또는 그와 같은 외관을 가진 물건 등의 점유를 수사상 필요에 따라 취득하는 수사방법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유류물 압수에 있어서는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지배 · 관리 혹은 이에 담겨있는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고 있던 사람이 이를 분실한 경우와 같이 그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그러한 사정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유류물로서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에 의한 압수나 임의제출물 압수와 같이 수사기관의 압수 당시 참여권 행사의 주체가 되는 피압수자가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범죄수사를 위해 정보저장매체의 압수가 필요하고, 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였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피의자 기타 사람이 유류한 정보저장매체를 영장 없이 압수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압수의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된다거나,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유류물로서 영장 없이 압수한 SSD 카드로부터 복제, 출력된 SSD 카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유류물 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PC에서 나온 동영상들에 대해선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