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이명수)와 화우공익재단(이사장 이인복)이 십 수년간 노래방 업주에게 월급과 정산금을 빼앗긴 원양어선 선원을 대리해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8월 26일 밝혔다.
대법원 제3부는 7월 25일 특경법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노래방 업주 A(여)씨의 상고를 기각,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지적장애 3급 선원인 B씨의 사라진 20년에 대한 억울함을 풀게 되었다.
사건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의 노래방 업주 A씨는 홀로 생활하며 원양어선의 선원으로 일하는 B씨가 노래방에 놀러 오자 죽은 막내 동생 같다며 접근해 "우리가 가족이 되어 월급을 목돈으로 모아 돌려주겠다"는 말로 B씨를 속여 통장과 인감도장을 받았다.
통장관리를 맡게 된 다음 날부터 A씨의 횡령이 시작됐다. B씨의 통장에 정산금이 입금되면 즉시 출금해 차명 주식 계좌를 통한 투자나 자동차 구매, 자녀 유학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A씨가 운영하는 노래방의 저작권 수수료, 전기세 등도 B씨 계좌에서 자동이체되도록 했으며, B씨의 월급을 공무원인 남편 통장에 직접 입금되게 하고, B씨 명의의 보험에 다수 가입한 후, 계약자와 수익자 명의를 A씨로 변경해 만기환급금과 보험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렇게 A씨에게 모든 돈을 빼앗긴 B씨는 한국에 돌아와 막노동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A씨의 범행은 B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2018년까지 계속되었다.
화우공익재단은 2018년 B씨를 직접 만나 법률상담을 진행, 공익소송으로 A씨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형사 고소 사건의 대리를 맡았다. 피해 기간이 총 13년으로 매우 길어 증거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고소 후 검찰로부터 한 차례 불기소처분을 받기도 하였으나 항고를 제기해 재기 수사 명령을 받은 끝에 결국 A씨에 대해 기소가 이루어졌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1심 법원은 "A씨의 죄질이 나쁘고, A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B씨를 은혜를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가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낸 공탁금을 고려해 3년 6개월의 감형 판결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 쌍방이 상고한 대법원에서 A씨는 B씨와 체결한 계약의 법적 성질이 소비임치로 이미 처분권이 B씨에게 넘어왔기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원양어선 선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명 '선원털기'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이 월급과 함께 정산금이라는 형식으로 수익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받는다는 점, 선원들 대다수가 가족이 없어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점을 잘 아는 상인들이 선원들에게 접근해 돈을 착취하는 수법이다. 보통 술값 등에 돈을 많이 쓰도록 하는데, 선원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원털기는 현재까지도 부산 항만 일대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소송을 수행한 화우공익재단 홍유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한 악질적인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하여 철퇴를 가한 사건"이라며 "아직도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권 착취 사건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어질 민사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