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그린워싱 규제 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
[공정거래] 그린워싱 규제 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
  • 기사출고 2024.09.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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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늘고, 관련 공시 의무화…국내외 컴플라이언스 강화해야"

1. 친환경과 그린워싱

"친환경"(Environmental-friendly) 또는 "녹색"(Green)을 기치로 한 사회적 문제 인식은 1972년에 발표된 로마 클럽의 첫 번째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에서 환경오염을 범세계적인 문제로 지적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다. 대기와 수질, 토양 등 환경오염의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온실가스의 배출과 오존층 파괴로 인한 기후의 변화 및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문제들(이상고온과 난기류, 생태계의 파괴와 팬데믹 등)을 겪으며, 재생에너지와 자원 재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친환경의 방향성이 진화해왔다. 이제 친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단지 기업의 윤리적 선함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무이자 법적 의무가 되고 있다. 나아가 환경 보전과 관련한 위기의식에 따른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지가 보편화됨에 따라, 기업의 영업활동과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환경 표지 인증' 획득 후 매출 증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2019년에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친환경 표지 인증을 획득한 95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표지제도 정책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 표지 인증을 획득한 956개 기업 중 89.1%에 해당하는 825개의 기업에서 인증 후의 매출이 평균 20.1%나 증가하였다고 응답함으로써, 친환경 표지가 기업의 매출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임이 밝혀진 바 있다.

◇김경연(좌) · 이동미 변호사
◇김경연(좌) · 이동미 변호사

그로부터 약 4년 뒤인 2023년에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대다수의 응답자(907명)가 친환경 상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으며, 나아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구입할 의사를 표한 응답자 역시 다수(864명)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친환경적"이라는 직접적인 광고나 마케팅을 하거나, 친환경적 이미지로 기업 자체를 홍보할 유인이 커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품과 서비스, 더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나 경영활동의 실제와 달리 친환경성이 거짓되게 주장되거나 과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닌데,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소위 '위장환경주의'를 일컬어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이다.

2. 주요국의 그린워싱 규제 개요와 현황

(1) 한국

우리나라에서 그린워싱을 규율하는 법률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관할의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과 환경부 관할의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이하 "환경기술산업법")이다.

표시광고법과 관련해서는 지난 2023년 9월에,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상당히 개정하였는데, 종래의 판단 원칙을 세분화하고, '완전성'의 원칙을 신설하였으며, '전과정성'의 원칙을 구체화하였다. 환경 관련 부당 표시광고의 세부 유형 및 예시와 셀프 체크리스트를 추가하여 기업의 자가진단에 참고하도록 한 점과 특히 사업자가 자신에 관한 환경 관련 표시광고를 할 때 그 기준을 구체화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전과정성은 원료의 획득,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상품의 생애주기 전과정을 고려할 때, 환경 개선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만약 일부 단계에서 환경성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그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를 하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가 환경과 관련한 향후 목표나 계획 등을 표시광고할 때에는 표시광고 당시에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자원 등의 확보 방안이 마련되도록 새로이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과 관련한 미래의 계획 등을 표시 또는 광고할 때에도, 단지 계획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모호하고 막연하거나 이행 가능성이 없는 내용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2024년 업무계획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으므로 향후 계속해서 규제 동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23년 11월에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증가하고 있는 그린워싱 위반 이슈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영활동 표시광고(홍보)의 유형별 참고 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2) EU

EU에서는 "녹색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부여 지침(Directive (EU) 2024/825 on 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Empowering Consumers Directive, ECD)"이 2024. 3. 26. 자로 효력을 발한 상태로, 개별 회원국들은 2026. 3. 27.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제정하고 2026. 9. 27.까지 시행하여야 한다.

ECD는 모든 형태의 표시와 라벨 등에서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다른 것과 비교하여 환경에 해를 덜 끼치거나, 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향을 개선하였음을 명시 또는 암시하는 메시지 또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세부적인 유형별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녹색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 GCD)"은 2024. 6. 17. European Council에서 올 3. 12.에 European Parliament에서 채택된 negotiating position을 채택함에 따라 향후 3자 협상을 통해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며, 그 이후 회원국이 자국법으로 제정하는 데에 2년의 기간이 부여된다.

(3) 영국

영국의 그린워싱 규제는 종래 소비자 보호에 관한 일반법인 '불공정거래로부터의 소비자보호규정(Consumer Protection from Unfair Trading Regulations 2008)'에서 출발하였으나, 이 규정을 포함하여 그린워싱 마케팅에 적용되던 규정들은 모두 조만간 시행될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s Act)에 의하여 대체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소비자 보호 법제를 집행하는 영국의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의 그린 클레임 코드(Green Claims Code), 광고심의위원회(Advertising Standard Authority)의 비방송용 광고, 판촉 및 다이렉트 마케팅 코드(CAP 코드), 방송용 광고 코드(BCAP 코드), 금융당국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의 반그린워싱 규칙(antigreenwashing rule) 및 명칭-마케팅 규칙(naming and marketing rules) 등이 위의 일반 소비자보호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지침으로 운용되고 있다.

(4) 미국

미국의 광고 규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FTC)가 행정입법권을 바탕으로 환경성 광고를 규제할 권한을 가지고 공정거래위원회법(Fair Trade Commission Act) 제5조에 따라 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의 친환경성이나 환경적인 이점에 대해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주장을 하지 않도록 하는 "그린가이드(Guides for the Use of Environmental Marketing Claims, 'Green Guides')"를 운용하고 있다. 그린가이드는 2012년에 개정된 이후 11년 만인 2022년부터 다시 개정 제안이 이루어져 현재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은 끝났으나, 여전히 올해 개정을 목표로 계속해서 정보 취합과 공청회 등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주요 주에서도 Environmental Marketing Claims Act(캘리포니아주)나 General Business Act(뉴욕주) 등을 통해 친환경 광고나 마케팅 활동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3. 그린워싱 문제제기의 동향

이러한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인식과 그에 따른 신고, 고발, 소송의 제기는 최근 주로 환경운동단체(NGO)들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사한 NGO들간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알려진 대표적인 그린워싱 신고 사례들 역시 대부분 환경운동 시민단체들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기업 상품의 특성에 대한 표시 광고('저탄소' 제품 광고, 제품에 대한 '탄소중립' 표시 등)의 차원이나 기업의 투자 또는 금융상품의 발행(녹색채권 등)은 물론 정부의 제도(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여부, 정부의 청정수소 인증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 등) 자체에 대한 친환경적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까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Fly Responsibly' 광고는 그린워싱

한편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2024년 3월, 자국의 KLM 네덜란드 항공사의 '책임감 있는 비행(Fly Responsibly)'이란 슬로건 광고가 그린워싱이란 판결을 내렸다. 비행 횟수 감축 등 필요한 조치는 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는 이유이다. 해당 판결 이후 EU는 에어프랑스 그룹의 계열 항공사와 루프트한자 그룹의 계열 항공사를 포함한 20개 항공사에 대한 그린워싱 조사를 개시하였다. 이처럼 한 회사의 이슈가 관련 업계의 다른 회사에 대한 조사로 확산되거나 한 국가에서의 규제 사례가 타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앞으로도 적지 않게 목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나 투자자, 이들을 대표한 시민운동단체를 통한 소 제기나 관계 당국의 조사를 통해 기업의 그린워싱이 드러날 경우의 손해배상 소송 리스크도 상당하다. 2000년 1월부터 2023년 5월 사이의 기간 중 제기된 전체 ESG 관련 소송의 60% 이상인 1,157건이 2015년 이후 제기되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2년 기준 글로벌 기후소송 222건 중 11.7%인 26건이 그린워싱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친환경, 그린워싱에 대한 법적 쟁송이 해외에서는 이미 주된 문제제기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ESG 경영에 대한 공시가 자율에서 법적인 의무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공적인 측면에서나 소송을 통한 사적 규제의 측면 모두에서 기업의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의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Climate-related disclosure rules)을 2024년 3월에 통과시켰다(다만 동 규칙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이 제기되어 시행은 보류된 상태임).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지난 4월 말 공개한 공시기준 초안에 대해 8월 말까지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공시 의무화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으나 세부 일정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4. 기업의 대응방안

앞서 간단히 동향의 개요를 소개하였으나,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그린워싱 규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호 대동소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팬데믹 이후 더욱 강화된 각국 규제당국간의 긴밀한 상호교류를 통해 향후 이 분야 규제의 수렴(convergence)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강해질 규제 수렴 현상

따라서 해외에 진출하여 현지 시장의 소비자와 기업들, 투자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우리나라의 강화된 그린워싱 규제 준수에 신경을 쓰는 동시에 해외에서의 영업활동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관되면서도 현지 규제 사정을 감안한 컴플라이언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그린워싱 문제제기는 비단 해외 현지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사나 자회사의 책임 선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린워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업이 고려, 준비할 몇 가지 점으로는 첫째, 그린워싱 여부를 판단하는 각각의 원칙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고, 생각보다 매우 정확한 표현과 객관적 근거의 제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현업에서 이러한 관련 법률 규정과 각종 지침,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 이해하도록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현업에서 표시광고, 홍보, 보고서 등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부법무나 컴플라이언스 부서, 나아가 외부 자문사의 도움과 검토를 충분히 받아 검증, 보완해 나감으로써 만에 하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광고 근거 보관 관리 필요

마지막으로, 기업이 생산하는 친환경 표시광고, 홍보물 등에 대해서는 특히 휘발성이 강한 SNS나 짤막한 동영상 등을 포함하여, 어떠한 근거로 이러한 광고나 홍보물의 문구를 작성하게 되었는지를 잘 보관, 관리함으로써 미래의 문제제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는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중요해진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대해 기업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줌으로써 투명한 소통을 하자는 취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유의미한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경연 · 이동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youngyeon.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