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 (라)목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하나로 '성희롱 행위'를 들고 있고, 구 교육공무원법 52조 4호는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사유가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징계시효를 특별히 장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공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교대 재학 시절 성희롱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 교육공무원 52조 4호에서 정한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보아 현직 초등학교 교사에게 징계를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7월 25일 초등학교 교사 A씨가 "견책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4두37190)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서울교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6년 3월경 연례행사로 같은 학과 남성 재학생들과 일부 졸업생들이 자리를 함께 하는 남자대면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다른 남학생들과 함께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 기재된 '2016년도 신입생 소개자료'(이 사건 책자)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서울교대를 졸업해 교사로 임용된 후인 2020년 11월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서울시교육감은 A씨가 신입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평가가 포함된 책자를 제작하여 2016년 서울교대 남자대면식에서 졸업생들로 하여금 책자를 돌려보며 이를 외모평가와 성희롱의 매개체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 63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A씨를 징계했다. A씨는 서울교대를 졸업한 후 2019학년도 서울시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임용된 후 현재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 (라)목의 적용을 받아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 (라)목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 (라)목은 '성희롱'에 대해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비위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려면 원고가 이 사건 비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을 때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였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말하는 '공공기관의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되는데(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두487 판결 참조), 원고는 당시 서울교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하여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이므로, 서울교대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비위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비위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되고, 피고의 징계 의결요구는 이 사건 비위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0. 3. 2.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시효가 경과하여 위법하다"고 원심 파기사유를 밝혔다.
법무법인 해성이 항소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