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등소유자의 강제가입제를 취하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임의가입제를 취하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에 세입자별 손실보상에 관한 내용이 없더라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7월 1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건물의 임차권자 29명이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와 평가액을 누락한 관리처분계획은 무효"라며 한국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합64362)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영등포구 일대 32,123㎡를 정비구역으로 하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해 2021년 6월 사업시행계획을, 2022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는데, 이 관리처분계획은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와 그 평가액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원고들이 관리처분계획의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을 취득할 수 있고, 사업구역 내 건물의 임차권자들에게 세입자 보상을 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 및 평가액이 기재되지 아니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거나 그 하자가 중대 · 명백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보상법상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매도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63조, 제64조)"며 "이는 강제가입제를 취하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임의가입제를 취하는 재건축사업은 임차인의 복잡 · 다양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미리 보상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획일적이고 현실성 없는 보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자칫 보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 역시 건축물의 소유자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 것(헌법재판소 2020. 4. 23.자 2018헌가17 결정 등 참조)"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 도시정비법 제8조 제4항 제1호에 근거하여 추진되는 재건축사업 역시 일반 재건축사업과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임의가입제를 선택하고 있다"며 "따라서 구 도시정비법 제8조 제4항 제1호에 의한 재건축사업이 임의가입제를 취하고 있는 이상 임차인에 대한 보상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사적 자치에 따라 해결함이 타당하고, 사업시행자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 및 평가액을 포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현이 한국토지신탁을 대리했다. 원고들은 법무법인 혜민이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