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출신 첫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 취임
'이공계 출신 첫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 취임
  • 기사출고 2024.08.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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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역할은 거대한 함선의 평형수"

여성 대법관이자 이공계 출신 첫 대법관인 이숙연 대법관이 8월 6일 취임했다. 이 대법관의 취임으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여성 대법관은 오경미, 신숙희 대법관 등 3명이다.

이에 앞서 8월 5일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숙연 대법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71명 가운데 찬성 206명, 반대 58명, 기권 7명으로 국회 임명동의를 받았고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숙연 대법관은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다음은 이숙연 대법관의 취임사 전문이다. 

◇이숙연 대법관이 8월 6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숙연 대법관이 8월 6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

저는 오늘 대법관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해고무효확인소송의 원고 본인으로 처음 법정 문에 들어섰던 제가 27년간의 법관직을 거쳐 대법관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제가 당시 느꼈던 법원에 대한 신뢰를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드리라는 소명을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몸소 느낀 사회적 약자의 경험을 늘 잊지 않고, 재판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굳건한 신뢰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되새기며,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 앞의 평등과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인사 청문 과정에서 저와 가족의 신변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재판업무 뿐만 아니라 신변문제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겸허하고 엄격한 자세로 임하라는 주권자의 질책과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앞으로 그러한 문제가 없도록 거듭하여 살피겠습니다.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국회와 국민 여러분, 그리고 그 과정을 응원하며 지지하여 주신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장님을 비롯한 모든 법원 구성원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법부의 역할은 거대한 함선의 평형수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라는 큰 배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좌초되지 않고 사회통합을 유지하며 역사의 물결을 헤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저는 대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면서도 다양한 가치관과 시대의 변화를 포용하며 균형을 잡는 평형수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법관으로서 최고 법원의 판결 속에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걸맞는 규범들을 녹여내고,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구현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에 힘쓰겠습니다. 이로써 미래사회 분쟁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과실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쏟아 붓겠습니다. 아울러 인공지능 사법서비스 구현을 앞당겨, 신속하고 충실하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부 본연의 기능을 더욱 원활히 하고, 국민의 사법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저의 힘을 보태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지금 이 시간에도 열과 성을 다 하여 묵묵히 맡은 업무에 전념하고 계신 법원 구성원 여러분들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4. 8. 6.

대법관 이 숙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