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시 · 소설 인용 수능문제 게시, 저작권 침해"
[IP] "시 · 소설 인용 수능문제 게시, 저작권 침해"
  • 기사출고 2024.08.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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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 부당하게 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 소설 등이 인용된 대학수능시험 문제를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7월 11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저작권 침해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21다272001)에서 이같이 판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는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물의 복사와 전송권을 신탁받아 이를 관리하면서 저작물사용료를 징수하고 이를 신탁자들에게 분배하는 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력평가시험의 출제, 시험 및 채점 등의 업무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5년부터 고입선발고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중등교사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등 문제지에 미술 이미지나 산문·운문 등 저작물 155건을 전부 또는 일부 인용하고, 문제지를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게시행위는 해당 시험의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전체적인 과정이 완료된 후에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시험에 이용된 이 사건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전송하는 것이어서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정당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구 저작권법 제32조에 따라 허용되는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에 구 저작권법 제32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 게시행위가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구 저작권법 제28조에 따라 허용되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게시행위에 기출문제인 이 사건 평가문제를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다는 공익적 · 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2항 각 호에서 정한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게시행위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평가원이 게시 기간이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공공기관인 만큼 알맞은 사용료를 지급해 공익과 저작자의 이익 사이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로서는 공익적 이유에서 평가문제를 계속 게시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원고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문제를 게시하여 공중에 제공할 수 있는데도, 사용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계속 게시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사용료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 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게시가 이루어졌으므로,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항소심부터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대리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항소심은 법무법인 바른, 상고심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