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대법관이 8월 2일 취임했다. 노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모름지기 법령의 해석은 그 문언 위에 서 있어야 함이 마땅하고, 그러할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그렇다고 하여 법이 입법자보다 현명할 수 있음을 가벼이 여기지는 않겠다"고 말하고,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 가치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대립하는 양 끝단을 잘 이해하고 양 끝단의 무게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특정한 이념이나 진영논리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모든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섬으로써 사법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법관은 이에 앞서 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3표 가운데 찬성 272표, 반대 10표, 기권 1표로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았다.

다음은 노 대법관의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

저는 오늘 대법관으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후배, 동료 법관과 법원 구성원 여러분들의 사려깊은 충고와 따뜻한 격려 그리고 무한한 신뢰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은 저에게 무척 어렵고 힘들 터이지만, 여러분들의 응원과 지혜를 믿고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내딛고자 합니다.

대법원이 담당하는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사실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기속됩니다. 사실의 적법한 확정은 법률이 부여한 사실심의 책무이자 권한입니다. 그 책무가 충실히 이행되어야 하는 만큼, 그 권한 역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1심과 2심의 판단은 동료 법관들의 깊은 성찰과 고뇌에 찬 결단임을 잘 알기에, 그와 같이 할 수밖에 없었을 합당한 이유에 공감하고 그 결단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무엇이 법인지를 선언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타당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법령의 해석 · 적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모름지기 법령의 해석은 그 문언 위에 서 있어야 함이 마땅하고, 그러할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법이 입법자보다 현명할 수 있음을 가벼이 여기지는 않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 가치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대립하는 양 끝단을 잘 이해하고 양 끝단의 무게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생명윤리, 인공지능 등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급변하는 사회현상 속에서 법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특정한 이념이나 진영논리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모든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섬으로써 사법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자리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4. 8. 2.

대법관 노 경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