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양로시설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 정기후원해온 후원자가 후원금이 후원 목적과 달리 사용되고 있다며 소송을 내 후원금을 돌려받게 되었다. 대법원이 후원계약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를 인정해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A씨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31차례에 걸쳐 월 5만원씩 모두 155만원의 후원금을 경기도 퇴촌면에 있는 '나눔의 집'에 송금했다. '나눔의 집'은 홈페이지에, ①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②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③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으로 구분하여 후원계좌를 달리 기재하였으며, A씨는 ①후원 관련 계좌로 후원금을 입금했다. 그런데 '나눔의 집' 일부 직원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면서 모집한 막대한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되어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비로 치료비 등을 지출하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폭로했고, 이에 관한 언론 보도도 잇따르자 A씨가 후원금을 돌려달라며 '나눔의 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경기도 노인복지국의 회계조사 결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피고가 모집한 후원금 약 89억원 중 위안부 피해자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에 지출한 금액은 2억여원(2.3%)에 불과하고, 2020년 예산서엔 정관의 목적 사업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운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재산조성비로 약 80억원이 편성되어 있었다.
1, 2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 제2부(권영준 대법관)는 8월 1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다206760). 이 사건은 당초 후원자 23명이 후원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5명이 항소하였고, 항소심도 항소를 기각해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하자 A씨만 상고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후원계약은 특정한 목적의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인데, 피고 홈페이지의 후원 안내에 따르면 후원을 받는 목적은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고, 원고가 후원금을 송금한 납입 계좌에 연계된 일시후원 중 일반후원의 목적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후원 계약의 목적은 단순한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고, 그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되어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 나아가 피고가 그 점에서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하였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며,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것임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착오를 원인으로 한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추가 비용을 지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숫자(4~6명)에 비해 너무 많은 후원금이 들어와서 이를 법인 계좌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언급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 및 이에 의거하여 원고가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고, 만약 대부분의 후원금을 법인에 유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까지 고려한 적절한 후원 안내를 함으로써 후원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후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위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지만, 장래에 대한 어떠한 인식이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고 그 인식이 실제로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