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서경민 판사는 6월 28일 약 17년 동안 초등학교의 급식실 조리원으로 근무한 후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은 A(여)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단61298)에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9년 1월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은 A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한 초등학교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 모두 약 17년 동안 급식실 조리원으로 근무했다. 기관지확장증은 기도의 반복적인 감염과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폐질환의 하나로 기도 또는 기관지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서 판사는 "원고의 근무 경력, 근무 환경, 진료 내역, 감정의의 소견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약 17년에 이르는 기간 급식실 조리원으로 근무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조리흄(cooking fume) 등 유해물질을 흡입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 또는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다른 전제의 요양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원고는 주 5일, 1일 8시간 정도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밥과 반찬을 조리하였는데, 그중에는 튀김, 볶음, 전, 생선과 같은 튀김, 볶음, 구이 요리도 포함된다"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음식을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과정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인 조리흄과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아크롤린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고가 조리원으로 근무한 초등학교 급식실의 규모, 환경, 근무기간 등에 비추어 원고가 17년에 가까운 장기간 조리원으로 근무하면서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 등 유해물질에 상당한 정도로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원고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기 전에는 전업주부였고, 흡연 경험도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 등의 유해물질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그러나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따른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은 직업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고, 위와 같은 감정인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