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종부세 절감하려 편법 신탁계약 맺고 위탁자 지위 이전…실소유주인 신탁자가 재산세 내야"
[조세] "종부세 절감하려 편법 신탁계약 맺고 위탁자 지위 이전…실소유주인 신탁자가 재산세 내야"
  • 기사출고 2024.07.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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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신탁계약 무효…위탁자 이전은 가장행위"

A사 등 회사 5곳은 이사나 이사의 가족에게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부동산을 신탁을 통해 넘겼다. 또 B등 4명은 배우자에게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부동산을 신탁했다. 이어 부동산을 신탁한 9명은 신탁계약을 체결한 다음날 위탁자의 지위를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게 넘겼고, 위탁자의 지위를 넘겨받은 제2 위탁자 중 일부는 10만원을 받고 해당 위탁자 지위를 재차 제3위탁자에게 이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초세무서가 A사 등 9명이 여전히 재산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A사 등 9명에게 각각  271만여원~25만여원의 2021년 재산세(주택1기분) 부과처분을 하자 A사 등 9명이 재산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21구단71123)을 냈다.

이들 9명은 종합부동산세 절감을 위해 이름만 '부동산 관리신탁'으로 붙인 편법을 쓴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재산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대리한 C변호사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이 종합부동산세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안내하면서, '신탁부동산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위탁자를 기준으로 부과되고, 신탁등기에는 절차비용이 아주 적게 들며, 신탁등기를 한 뒤 위탁자 지위를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이전할 수 있으므로, 신탁 및 위탁자 지위 이전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했고, C 변호사가 원고들을 모집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이 사건 각 신탁계약과 위탁자 이전계약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원고들을 대리하여 서초세무서에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 신고를 하고 신탁원부 변경등기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 이용우 부장판사는 그러나 5월 8일 "이 사건 각 신탁계약과 원고들이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마쳐준 소유권이전등기 및 신탁 등기는 모두 무효"라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들이 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로서 재산세를 납세할 의무를 그대로 부담한다는 판단으로, 부동산 소유를 분산시켜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하려던 원고들의 시도가 봉쇄된 것이다. 

이 판사는 먼저 원고들이 체결한 신탁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원고들이 체결한 신탁계약은 '당사자들은 부동산의 등기부상 소유권 명의만을 수탁자 명의로 변경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신탁 계약을 체결한다'라고 정하여 소유권 명의만을 신탁하였음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탁기간은 수익자가 신탁을 종료하기를 원하는 시점까지로 되어 있고(제3조), 수탁자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명의만 보유하고 일체의 처분 및 관리를 할 수 없으며(제5조 제1항), 수익자가 각 부동산의 일체의 처분 및 관리를 하고 필요한 경우 수탁자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는데(제5조 제2항), 이 경우 수탁자는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고(제5조 제3항), 수탁자가 각 부동산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받거나 수탁자의 이름으로 지급하여야 할 경우 수익자에게 그 비용의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제6조 제3항)고 되어 있다.

이 판사는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신탁계약상의 수탁자는 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 명의를 갖는 것 외에는 어떠한 처분 및 관리 권한도 갖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바, 이는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신탁이 신탁재산에 관하여 수탁자만이 배타적인 처분 · 관리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특히 부동산 관리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소유자를 대신하여 부동산에 관한 일체의 관리를 하거나 등기부상의 소유권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뿐만 아니라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한다는 신탁 목적이 신탁계약 당시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따라서 "이 사건 각 신탁계약은 명의신탁 또는 수동신탁으로서 신탁법상의 신탁에 애당초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신탁법 제5조 제2항에 의해서도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나아가 원고들이 맺은 신탁계약이 일단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이 신탁계약 체결 다음날 위탁자 지위를 넘긴) 이 사건 각 이전계약은 원고들이 오로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형식상으로만 위탁자 지위를 이전한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들은 위탁자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신탁계약을 체결한 날의 다음날 제2위탁자들과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일부 제2위탁자들은 위탁자 지위 이전의 계약 체결일과 같은 날 또는 그로부터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제3위탁자들에게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다시 체결하였으며, 원고들은 이러한 위탁자 지위 변경에 동의하였다"고 지적하고, "또한 각 신탁계약 및 각 이전계약의 당사자들 간에는 특기할 만한 관계가 발견되는바, 조세회피의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 외에는 각 신탁계약 및 각 이전계약을 체결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 사건 각 이전계약에 따르면, 위탁자 지위 이전의 대가는 10만원에 불과하고, 양도인인 원고들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양수인은 원고들에게 위 양도대가 10만원을 그대로 반환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으로 인한 수익도 원고들이 여전히 계속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양수인 내지 최종 위탁자 역시 위탁자의 지위를 양수할 만한 경제적인 실질이나 유인은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 사건 소송을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가 신탁 및 위탁자 지위 이전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안내 · 홍보하여 원고들을 모집하고, 이 사건 각 신탁계약과 이 사건 각 이전계약 업무를 수행하면서 재산세 납세의무 신고를 대리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의 위탁자 지위 이전은 오로지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위탁자 지위를 실질적으로 양도함이 없이 외관만을 작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조세법의 목적상으로도 원고들은 2021년 재산세(주택1기분) 과세기준일 현재 실질적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위탁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보아 원고들에 대하여 내린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