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중보건의가 복무만료 전 하루 다른 병원에서 리프팅 시술했다고 복무만료 취소 위법"
[의료] "공중보건의가 복무만료 전 하루 다른 병원에서 리프팅 시술했다고 복무만료 취소 위법"
  • 기사출고 2024.07.21 12: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정법원] "연가 중 시술…재량권 일탈 · 남용"

공중보건의가 의무복무기간을 얼마 안 남기고 자신이 근무하던 보건소가 아닌 다른 병원에서 하루 리프팅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복무만료처분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는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다가 2022년 4월 복무기간 만료를 이유로 병무청장으로부터 복무만료처분을 받았으나, 약 1년이 지난 2023년 5월 보건복지부장관이 병무청장에게 'A가 (복무 만료 전인) 2022. 4. 다른 병원에서 1일 의료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A에 대해 공중보건의사로 연장근무할 것을 명할 예정이므로, 이를 위해 복무만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 병무청장이 복무만료처분을 취소하자 병무청장을 상대로 복무만료처분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3구합69169)을 냈다. 병무청장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은 A에 대해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을 5일 연장하는 처분을 했으나, A의 신청에 따른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집행이 정지되어 A가 다시 공중보건의로 5일간 연장 복무하지는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6월 21일 "공중보건의사 복무만료처분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처분사유는 인정

재판부는 "원고가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이 만료되기 전 다른 병원에서 위 병원에 방문한 환자에게 리프팅 시술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처럼 원고가 공중보건의사 의무복무기간 중이던 2022. 4. 공중보건업무 외의 다른 업무에 종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처분사유의 존재는 인정했다.

또 "공중보건의사의 제도적 취지나 그 공중보건업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농어촌 등 보건의료취약지역의 주민 등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는 공중보건의사가 그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잘못된 관행 등 때문에 근무지역을 이탈하거나 공중보건업무 외의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고, 또한 환자의 생명 · 신체를 다루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중보건의사에게는 그 직무의 특성상 근무시간 중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공중보건의사가 근무시간 외에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빈번하고 그로 인하여 피로가 누적될 경우 공중보건업무의 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규제하여야 할 공익적인 요청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의무복무기간 만료일까지 연가 사용을 승인받은 상태였고 위와 같은 승인이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원고가 2022. 4. 본연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가 수행하였어야 할 공중보건업무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복무기간 만료 전) 연가를 신청하여 승인받았다"며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2022. 3.경까지 자신이 수행하던 공중보건의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마치고, 그 무렵 기존 업무를 후임자에게 인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원고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이 사건 감염증'이라 한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시점 보건소 및 이 사건 감염증에 관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 다수의 피검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하고, 이 사건 감염증에 걸린 환자들을 진료하였으며, 울산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감염증 바이러스에 관한 예방접종 업무를 수행하여 보건의료취약지역의 주민 등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공중보건의사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며 "병역의무에 갈음하여 농어촌 지역에서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근무기강 확립을 위하여 공중보건 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를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공중보건 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한 기간, 시기, 근무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건복지부장관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공의로 근무 중 

원고는 공중보건의사로서 본래의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C병원 인턴 선발시험에 합격해 인턴으로 근무하여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2023년부터 C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다. 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 희망 등에 근무를 이탈한 상황에서 여전히 C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레지던트 중 한 명이자 전공의다.

재판부는 "원고의 C병원에서의 위와 같은 근무는 복무만료처분으로 원고의 복무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또한 공중보건의사는 임기제공무원으로 겸직금지 의무를 부담하며, C병원의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역시 전공의의 타 기관에서의 근무나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복무만료처분 취소처분 및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 원고는 C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로 계속 근무하지 못하고, 원고가 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이수한 과정을 다시 반복하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이러한 사정도 보건복지부장관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의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사정 중 하나로 들었다.

복무만료 취소 요청 ·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과 밀접한 관계

다음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병무청장의 복무만료처분의 취소처분의 위법 여부.

재판부는 "피고(병무청장)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복무만료처분의 취소처분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복무만료처분의 취소처분 또는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의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고, 이에 관한 하자는 복무만료처분 취소 요청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복무만료처분에도 승계되므로 복무만료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의성이 A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