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同性) 동반자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18일 남성인 A씨가 "동성 동반자인 B씨의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의 상고심(2023두36800)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를 기각,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인 B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홈페이지를 통해 동성 부부임을 밝히고 동성 동반자인 A의 피부양자 자격취득에 관하여 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안내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를 B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B에게 전화를 걸어 A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였다고 설명한 후 A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킨 후 A에게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자 A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 · 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 처분이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에 따라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피고가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절차적 하자도 인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