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가 강의 준비나 성적 평가 등을 위해 쓴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11일 국립대학 2곳에서 비전업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8명이 "최근 3년 동안의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다217312)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들이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여 연차휴가 및 주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연차휴가 ·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근로기준법 18조 3항은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는 55조(휴일)와 60조(연차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학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 수가 아니라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 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의 정함이 곧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 산하 대학이 체결한 시간강사 위촉계약에서 정한 주당 강의시수가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모두 주당 강의시수가 12시간 이하인 초단시간근로자라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에서 정한 주당 강의시수가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시간강사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할 업무는 수업시간 중에 이루어지는 강의에 국한되지 않았고,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고 강의 내용과 강의 교재를 마련하는 등의 준비가 요구되었다"며 "원고들은 학생 상담 및 지도 등의 학생관리 업무와 시험 출제, 채점 및 성적 입력 등의 평가업무, 그 밖에 강의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이하 '강의 수반 업무'라 한다)도 수행하여야 했고, 이러한 강의 준비, 학생관리, 평가 등의 업무는 시간강사가 강의를 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로서 원고들이 피고에 근로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업무"라고 밝혔다.
이어 "강의 수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대학의 시간강사가 강의와 그 수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으나, 다만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볼 것은 아니고, 법원은 여러 사정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의 내용, 원고들이 수행해야 하는 강의 수반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한 다음, 원고들의 강의시간과 강의 수반 업무 시간을 합한 시간이 1주 15시간 이상인지를 살펴서 원고들이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파기 사유를 밝혔다.
법무법인 창조가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시민과 법무법인 지향, 법무법인 율립이 함께 대리했다. 피고 측은 1심은 정부법무공단이, 항소심부터는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