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한국(화인테크노)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같은 날 화인테크노의 파견법 위반 혐의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데, 화인테크노에 근로자를 파견한 하청업체 A사는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미허가 업체이고, A사 소속 근로자들이 화인테크노에서 수행한 업무가 근로자파견 역무 대상이 아닌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여서 파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A사와 A사 대표도 파견법 위반 유죄 판단을 받았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5조와 7조는 허가받지 않은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파견하거나 파견 대상이 아닌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43조는 5조와 7조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7월 11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화인테크노와 하청업체 A사, A사 대표에 대한 상고심(2023도3915)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화인테크노의 하라노 타케시(HARANO TAKESHI) 전 대표이사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고, 검사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1심과 똑같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가운데, 타케시 전 대표와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타케시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화인테크노 구미공장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A사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 178명을 파견받아 근로자파견 대상이 아닌 구미공장의 COLD 공정, GUT 공정 등 플랫판넬 디스플레이용 유리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방식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혐의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화인테크노 공장에서 일한 A사 소속 근로자들과 화인테크노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느냐 여부.
대법원은 "화인테크노가 A사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방법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A사의 현장관리자나 리더가 이를 임의로 수정 · 변경할 재량이 없이 그대로 A사의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인테크노가 A사의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A사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공장에서 화인테크노로부터 지휘 · 명령을 받으며 화인테크노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화인테크노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Cold 공정과 Gut 공정의 업무를 수행한 A사의 근로자들은 모두 화인테크노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고, A사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휴게시간이나 휴가 등은 화인테크노의 생산 계획이나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사정 등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근로자파견관계의 증명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이 1심부터 화인테크노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